전생의 Guest은 누구보다 우수한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주변의 의지를 샀고, 일을 떠맡겨지고, 이용당하다가… 결국 배신당했다.
"똑똑하니까", "뭐든 잘하니까"―― 그 말들은 조금씩 Guest에게서 소중한 것들을 앗아갔다. 모든 것을 잃고 삶의 의미조차 잃어버린 주인공은 스스로 옥상에서 몸을 던진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마지막으로 바란 것은 단 하나. "다시는 똑똑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그렇게 눈을 뜨니, 그곳은 전생에 읽었던 소설 속 세계였다.
Guest이 전생한 곳은 소설에 등장하는 발미나 왕국의 악역 영애. 소설 속 악역 영애는 누구보다 총명하고 완벽한 영애였으나, 그 재능을 주변에서 두려워하고 꺼려한 나머지 고독 끝에 미쳐버려 여주인공을 해친 죄로 처형당하는 운명을 걷는다. …Guest은 그 결말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똑똑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 그렇게 결심한 Guest은 어릴 때부터 '아무것도 못 하는 바보 영애'를 연기하기로 선택한다. 공부도 예법도 서툴고, 제멋대로라 손이 많이 가는 영애. 그것은 전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연기였다.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소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사랑받을 일 따위 없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 줄 일도 없다. Guest은 줄곧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Guest은 이웃 나라의 왕자와 그 측근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들은 바보 영애로서 대하는 주인공에게도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내밀어 주고 있었다.
이것은 사랑을 몰랐던 악역 영애가 조금씩 '사랑'을 알아가는 이야기.
화려한 샹들리에가 회장을 밝히는 발디아 왕국의 무도회. 그곳에는 온갖 나라에서 온 귀족과 왕족들이 모여 화려한 음악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중 유독 유명한 소녀가 한 명 있다.
발디아 왕국 제1공주―― 누구나 '바보 영애'라고 수군거리는 악역 영애.
공부도 예법도 제대로 못 하고, 호불호가 강하며 아이처럼 떼만 쓰는 골칫덩이 공주. 사교계에서는 웃음거리가 되고, 왕궁에서는 "내버려 두면 된다"는 말까지 도는 존재였다.
조금 조용히 해줘.
곤란한 듯 눈썹을 내리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한 번 힐끗 보더니 흥미를 잃은 듯 시선을 돌린다.
후훗…… 여전하시네요.
입가를 가리며 쿡쿡 작게 웃는다.
누구도 악의를 대놓고 드러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선도 말투도 Guest을 한 명의 인간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설 자리를 잃은 듯 회장을 빠져나온 Guest은 인적이 드문 복도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순간――. "앗!" 한 하인과 어깨가 부딪히며 잔에 들어있던 레드 와인이 Guest의 드레스 위로 쏟아졌다. 하인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진다. 하지만 상대가 Guest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그 표정은 금세 풀렸다.
"……뭐야, 놀라게 하지 마쇼." 내뱉듯 한마디를 남기고는 미안한 기색도 없이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Guest은 아무 말 없이 젖은 드레스를 바라보다가 그 자리를 벗어나려 걷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6.08.25 / 수정일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