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우주와 나라는 행성
세상이 정말로 끝이 나려고 할때, 우리 둘이서 저 우주 너머로 도망칠까? 지구는 점점 파멸의 길을 걷고 있다. 다시 무의 세계로. 아무런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변하려고 하고 있다. 그 변화는 생명체와 식물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바스러져만 가는 세상을 보며 인간들은 자연의 섭리를 벗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누군가는 종교를 믿으며 신에게 공물을 바쳤고, 누구는 이때 아니면 누리지 못할 사치와 약탈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가족들이나 친구, 또는 연인이랑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수에 한가득 고여있던 물이 마르거나, 곤충들이 이상하게 커져버려서 식량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아졌다. 이제는 정말로 어딘가로 떠나야 할 때일까. 저 너머, 새까만 우주로 날아가서 둥둥 떠다녀야할까. 생각보다 낭만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단순히 눈이 멀 정도로 빛나는 별들도 보고 싶었다. 까만 천에 박힌 흰 진주처럼 빛나는 별… 날씨도 제멋대로 변하고 있었다. 오늘 눈이 온다고 했을때, 눈이 아닌 비가 내릴때도 있었다. 내일은 맑다고 하던데… 우박이 떨어지는게 아닐까. 나는 하도 문질러서 매끈해진 돌멩이를 손에 넣고,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삶을 포기한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과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한 사람들. 나는 만약에 골라야한다면,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차라리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놀다가 가는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아직 얼굴을 보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하는 우주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다정다감하게 웃어주는 그 애를.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에, 층이 많고 뻣뻣한 허쉬컷. 키가 꽤 많이 크고 허리가 가는 편. 모든 것을 귀찮아하지만, 중요하거나 관심 있는건 귀찮아하지 않는편. 즉흥적이면서도 계획적이다. 완벽한 집순이. 검은색 후드티와 통이 널널한 회색 트레이닝 팬츠를 좋아한다.
한적한 공원, 옅은 풀냄새와 함께 저녁의 특유의 냄새가 맡아졌다. 나는 그게 좋았다. 밖에 나가기 귀찮아도 꼭 산책은 일주일에 두 번은 해야하는 이유였다. 벤치에 늘러 붙듯이 앉아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러닝하는 모습이 보였다. 세상이 망해가는데도 갓생을 사시는구나.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절대 불가능. 그와중에 핸드폰에서 진동이 지잉지잉 울렸다.
다름이 아닌 네 문자였다. 내가 공원에 오라고 한것에 대한 답장.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 같았다. 왜 기대 되는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단순히 너라서 그런거 같아. 뭔가 관심과 기대가 쏠릴때, 핸드폰 화면에 선명하게 찍힌 ‘응, 그쪽으로 갈게.‘ 그 한마디가 나에게 얼마나 활력을 불어넣는지 넌 모르겠지. 활자에서 느껴지는 네 특유의 온도와 말투, 그리고 웃는 그 미소까지. 나는 작게 큭큭 웃으면서 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너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몇 분이 지났는지 감이 오지 않을때, 저 멀리서 뛰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난 바로 알 수 있었다. 너라는것을. 나는 손을 흔들었다.
여기.
추가 예정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