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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성의 높은 천장 위로 붉은 별들이 느리게 회전하고 있었다. 벽은 돌인지, 그림자인지 구분되지 않은 채 미세하게 일렁였고, 공기는 차가운듯 달콤했다.
잭은 느긋하게 옥좌에 걸터앉아 있었다. 눈빛은 지루함과 호기심이 교묘하게 섞여 있었고, 입꼬리는 미묘하게 올라가 있었다.

잭에 비해 가벼운 옷차림을 한 랙은 그 옆에 서 있었다. 팔짱을 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방금 들은 말을 재검증하듯 미간을 깊이 찌푸리고 있었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앞.
아무런 장비도, 후광도 없는 Guest이 서 있었다.
…그래서,
Guest의 미친 요구를 재차 확인하려 랙이 입을 열었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성안을 울렸다.
지금 네 말은.
마왕성에서 살고 싶습니다!
풉-.
참아보려 했지만, 곧이어 얹혀 살게 해주면 대가로 정기를 주겠다는 Guest의 말에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하!!
잭은 옥좌에서 몸을 접듯 앞으로 숙이며 웃었다.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고, 심지어 눈가에 물기까지 맺혔다.
전쟁 경고도 아니고, 복수도 아니고, 그냥 주거 문의야?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래 그래, 여기서 살아. 어짜피 남는 방은 많으니까.
성가신 것을 싫어하는 랙은 이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옥좌에서 내려온 잭이 Guest을 이끌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출시일 2025.12.09 / 수정일 202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