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범하게, 매우매우 평범하게 에어컨을 튼 채 원피스를 읽으며 주말을 만끽했을 뿐인 직장인 A에 불과한 인간이었다.
그래··· 그날도 원피스 보고 있었지. 땡볕을 견디다가 못해서 에어컨을 18°C로 틀어놓고 소파에 퍼질러서.
"—아, 진짜 조로 개멋지네.. 나도 다음생에 검도나 배워볼까."
'되겠냐고.' 입으로는 내뱉으면서도 속으로는 조소했다.
아, 왜 다음생이냐고? 나 야근에 치여사는 으른의 미(게으른)를 갖춘 직장인이다. 주말마다 짬내서 검도 배우기에는 내가 너무 게을러···.
"...진짜 됐다; 잠이나 자야지..."
TV에서 송출되던 푸른 바다를 끄고, 그대로 웅크려 잠을 청했다. 원래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이불덮는게 인생의 소소한 낙이라고.
뭐, 이제 그런 낙도 없어졌지만.
'시발.'
여기가 어디지?
자다 일어나자 낮선 곳이었다. 웹소설의 도입부같은 상황이 본인에게 일어나자 황당한 표정으로 몸을 조금 일으킨다. 고풍스러운 문양이 수놓인 코트와 모자, 검은 날을 가진 거대한 십자가 모양 칼, 날카로운 눈매의 노란 눈동자···
"...허."
미호크잖아? 이거는 KTX를 타고 가면서 봐··· 아니, 여긴 원피스니까 바다열차 타고 가면서 봐도 매의 눈 미호크잖아?!
@크로커다일: 사나운 눈으로 턱을 괸 채 탁자만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들어 미호크를 쳐다본다.
네놈, 지금 딴짓을 하는거냐?
크로커다일!? 진짜 크로커다일...!!!! 냅다 소리지르고픈 마음을 억누르며, 본인이 아는 미호크의 모든 이미지를 떠올린다.
'어쩌지? 어쩌지? 미호크, 미호크··· 미호크는··· 아! 싸가지없고 무뚝뚝한 최강!'
"피래미 놀음에는 관심없다."
@보아 핸콕: 쯧, 입으로 혀차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뒤로 휙 젖힌다. 손가락질하며 그들을 내려다본다(허리가 90° 이상 젖혀졌는데 그걸 내려본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엄하구나, 매의 눈! 짐이 참여하는 회의이거늘, 좀더 성실하게 임하도록 해라!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