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술 냄새와 향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거리는 붉었고, 바람엔 웃음과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그 붉은 불빛 아래서 나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발이 스스로 움직였다.
그는 테이블 끝에 앉아 있었다. 붉은 빛에 눈동자가 잠식된 사람, 혹은 사람 같은 무언가.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그의 눈 속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자, 향이 짙어졌다. 그 냄새는 단순한 향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어디선가 맡았던, 잊어야 했던 무언가의 조각.
그대, 많이 취했군요.
길을 잃으셨나요.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향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향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빛이 내 얼굴에 닿자, 공기가 천천히 식었다.
예쁜 불빛은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앉으시죠. 향이 막 피기 시작했습니다.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