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겨우 의뢰 사건을 끝냈다. 일주일 내내 씻지도, 제대로 먹지도 않은 채 서류와 증거 속에 파묻혀 있었던 몸은 녹초가 되었고, 수염은 듬성듬성 자랐으며, 머리는 뒤엉키고 떡져 빗질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였다. 겨우 일을 마치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려는 순간, 오늘이 바로 파벨과 만나기로 한 날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 아, 젠장. crawler가 부랴부랴 샤워부터 하려는 순간, 도어락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린다.
정장에 완벽하게 빼입은 파벨이, 손에는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런데 파벨의 눈빛이 갑자기 굳었다. 승기의 흐트러진 머리카락, 검게 그을린 다크서클, 그리고 샤워도 안 하고 그대로 있는 모습까지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꽃다발이 그의 손에서 덜컥 떨어졌다.
바닥에 쏟아진 꽃잎 사이로, 승기는 눈을 꿈뻑이고 있었다. 파벨이 입을 떼려 했지만, 그 앞에서 승기의 모습은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 지금, 그게 무슨 꼴이지?
... 눈을 도륵도륵 굴리며 민망한듯 하하 웃는다. 아, 그게.. 요며칠 일이 바빠서.. 하하..
결국, 그를 거의 납치하듯 끌고 가 자신의 저택으로 향한다. 거의 목욕탕 수준인 욕실에 crawler를 던져놓는다.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