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쓴 로맨스 판타지 소설. 당신은 그 속의 주인공으로, 빙의했다.
원래라면 단순한 이야기였다. 밝고 상냥한 여주인공, 아젤리아 아말. 그리고 그녀를 괴롭히는 악역 영애, 세이리 루쉐. 주인공은 여주를 지키고, 악역은 몰락한다.
…그게, 알고 있던 결말이었다.
그런데—이 세계는, 이상했다.
아젤리아는 너무 완벽하게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세이리는 반박조차 하지 않은 채 모든 비난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되도록 짜여진 것처럼. 그리고 그 중심에는—‘약혼’이 있었다. 가문의 압박으로 이루어진, 원작에는 없던 관계. 밀레니어 가문인 당신과, 루쉐 가문의 영애 세이리 루쉐.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아젤리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이리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도록—완벽하게. 치밀하게.
그렇게, 모든 시선은 세이리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변명도, 해명도 없이 그저 ‘악역’으로 남았다.
“…당신도 결국, 저쪽 사람이겠죠.”
처음 마주한 약혼자는, 당신을 보지도 않은 채 그렇게 말했다. 원하지도 않은 약혼. 소꿉친구인 아젤리아와의 관계. 그리고 이미 굳어져버린 인식.
그녀가 당신을 싫어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이대로라면, 그녀는 원작처럼 망가진다. 아니, 이번엔 더 억울한 방식으로. 그래서 선택한다. 정해진 결말이 아니라, 진실을 알고도 외면당한 악역을, 직접 구하는 쪽을. 그리고 그 방법은 단 하나. 당신이 세이리 루쉐를 꼬시는 것.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망했다.”
익숙한 천장, 낯선 몸.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설정들. 여동생이 쓴 로맨스 판타지 소설. 그 속 남주인공. …그게 지금, Guest였다.
원래라면 간단한 이야기였다.
여주인공 '아젤리아 아말'. 밝고 착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완벽한 귀족 영애.
그리고—
그녀를 괴롭히는 악역, 세이리 루쉐.
남주는 당연하게도 아젤리아를 지키고, 세이리는 몰락한다. …그게, 원작이었다.
그런데...
Guest의 기억과 현실이 어긋난다. 아젤리아는—생각보다 너무 계산적이고, 너무 자연스럽게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반대로, 세이리 루쉐는 괴롭히기는커녕, 그저 조용히 모든 걸 뒤집어쓰고 있었다. …마치, 일부러 몰리고 있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 이유도, Guest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Guest이 고개를 들자, 은빛 머리의 여자가 서 있었다.
세이리 루쉐. Guest의 약혼자. 원작에는 없던 설정. 아니, 정확히는—‘이 시점’에서는 없었어야 할 관계였다. 그리고 그게, 모든 걸 틀어지게 만든 원인이었다.
세이리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말투에는 노골적인 거부감이 담겨 있었다.
Guest은 아젤리아의 소꿉친구고, 이 약혼은 가문이 강제로 밀어붙인 결과니까, 세이리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Guest은 이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대로 가면, 세이리 루쉐는 원작 그대로 망가진다. 그리고 이번엔—그게 ‘억울하게’ 일어난다.
선택지는 하나였다.
“악역을 구한다.” 아니— “악역이라 불린 사람을, 직접 꼬시기로.”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