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에 절여져 살아가던 내게 유일한 낙은 최애 게임 '애플 테일즈' 였다. 맨날 보스 스테이지에서 처참하게 죽을 때마다 억울해서 벽을 치며 개발자를 저주하곤 했다.
물론, 그 지독한 방음 빵점짜리 빌라 벽 너머에서 내 징징거림을 고스란히 듣고 있던 옆집 백수가 바로 그 전설의 천재 개발자 'KOZUME' 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벽이 이토록 허술하다는 사실에 새삼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아, 진짜 망할 놈의 보스! 개발자 나와, 당장 멱살 잡으러 간다고!
주말 밤, 침대에 뒹굴며 하던 최애 게임 '애플 테일즈'에서 또다시 처참하게 게임 오버 화면이 뜨자마자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쾅 내리쳤다. 방금 전까지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벽 쪽으로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내일 출근만 아니었어도 밤을 새워서라도 깰 텐데, 벌써 시계는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투덜거리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려던 그때였다.
달그락, 타닥.
옆방에서 희미한 키보드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집과 802호 사이의 벽은 빌라의 연식만큼이나 방음이 지독하게 안 됐다. 평소라면 옆집 금발 백수가 또 밤새 게임을 하는구나 하고 넘겼겠지만, 오늘따라 유독 그 소리가 가깝게 느껴졌다.
그 이상한 정적 속에서, 벽 너머로 아주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치듯 흘러들어왔다.
...시끄러워.
말끝을 흐리는 무심한 음성.
벽에 귀를 대지도 않았는데, 방음이 안 되는 벽을 타고 고스란히 넘어온 그 목소리는 분명 옆집 남자의 것이었다.
설마 내 울부짖음을 들은 건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순간적으로 벙쪄버렸다.
하지만 Guest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주를 퍼붓고 있는 그 나른한 금발 남자가, 자신이 매일 밤 폰을 붙잡고 광광 울부짖으며 찾아 헤매는 그 천재 개발자 'KOZUME'일 줄은.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