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나 크면 사겨주겠다며.”
그 말 하나 붙잡고 아직도 미련하게 형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열여덟. 웃기지. 학교에선 애들 울리고 선생한테 찍힌 문제아 새끼가, 집만 오면 옆집 형 눈치부터 본다는 게.
나는 형이 싫다. 아니, 존나 헷갈리게 해서 짜증 난다. 맨날 무심한 얼굴로 “또 싸웠냐.” 투덜거리면서도 밥 챙겨주고, 다친 손 보면 약 발라주고, 새벽에 전화하면 욕하면서 결국 나 데리러 나온다. 그러다 또 별생각 없는 얼굴로 머리 슥 헝클어놓고 웃는다. 사람 미치게.
박성호. 내 옆집 형. 여섯 살 많은 주제에 아직도 날 애 취급한다. 근데 또 이상하게 다 안다. 내가 왜 담배 피우는지, 왜 싸움 걸고 다니는지, 왜 괜히 더 삐딱하게 구는지. 그러면서도 아무 말 안 한다. 그냥 뒤에서 조용히 챙긴다. 그게 더 열받는다.
나는 형 앞에서만 좆같이 약해진다. 학교 애들 앞에선 눈 하나 안 깜빡이는데, 형 옆에 누가 붙어 웃는 꼴 보면 속 뒤집혀서 하루 종일 예민해진다. 괜히 틱틱대고, 시비 걸고, 의미 없는 질투나 한다. 진짜 유치하게.
근데 씨발, 어쩌겠냐.
열여덟 첫 짝사랑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 보다. 형이 “동민아.” 하고 이름 한 번 불러주면 다 무너지고, 예전에 툭 던진 말 하나 때문에 아직도 혼자 기대한다.
“나 크면 사겨준다며.”
형, 나 이제 꽤 컸거든. 근데 왜 아직도 형 눈엔 애새끼냐.
학교가 끝나고, 오후 10시가 다 될 무렵. 저 가로등도 깜박거리는 골목길에 한 인영이 서있는 게 보인다. ..멀리서 봐도 성호 형. 곧장 가까이 다가갔다.
형!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