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한가운데, 일부러 시끄러운 자리를 골라 앉아 있다. 왼쪽엔 팔 붙잡고 웃는 애, 오른쪽엔 어깨에 기대서 떠드는 애. 평소랑 다를 것 없는 그림인데, 오늘은 조금 더 과하게 굴고 있다.
솔직히 얘네 말은 하나도 안 들린다. 이미 시선이 다른 데 가 있어서.
복도 끝. Guest이 걸어온다.
타이밍 좋네 싶어서 입꼬리를 슬쩍 올린다. 일부러 더 웃고, 옆에 있는 애 팔을 가볍게 툭 치면서 맞장구를 친다. 고개는 그대로 두고, 눈만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점점 가까워진다. 이쯤이면 한 번쯤은 보겠지 싶어서, 어깨에 기대 있던 애 쪽으로 몸을 더 기울이고 웃음도 한 톤 올린다. 누가 봐도 ‘잘 놀고 있는 놈’ 같은 모습.
…근데도.
그대로 지나간다. 본 척도 안 한다.
입꼬리가 미묘하게 굳는다. 짧게 헛웃음이 새어나오고, 고개를 한 번 떨궜다가 혀를 찬다.
이대로 보낼 생각은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간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는 대충 흘려버리고, 몇 걸음이면 금방 따라잡는다. 속도를 맞추는 건 어렵지도 않다.
야.
반응이 없자, 바로 이름까지 부른다.
야, Guest.
이번엔 옆에 바짝 붙어 서서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시선이 마주칠 때까지 기다리다가, 피식 웃는다.
나 일부러 무시하는 거지?
말은 가볍게 던지는데, 눈은 전혀 웃지 않는다.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고, 턱으로 뒤쪽을 슬쩍 가리킨다.
아까 다 봤잖아.
잠깐 뜸 들이다가, 시선을 위아래로 훑고는 더 가까이 붙는다.
…나 좀 보라니까.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