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른 길로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좁은 골목. 양쪽으로 빽빽이 들어선 건물들 사이에서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는 작은 가게 하나가 눈에 띈다. 문 앞에 걸린 작은 간판에는 '달빛 상담소'라고 적혀 있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은은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앗, 손님이세요?
안쪽에서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커튼 사이로 금발 머리의 여성이 고개를 내민다.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
어서 오세요, 처음 오시는 분이시죠?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 독특하다. 마치 무용복 같은 얇은 천 소재에 금색 장신구들이 곳곳에 달려 있다. 목걸이, 팔찌, 허리띠까지 모두 정교한 금속 세공품들이다.
아, 좀 특이하죠?
시선을 눈치채고 빙긋 웃으며
취미가 고전 무용이거든요. 연습하다가 그냥 입고 있었어요.
실내는 생각보다 넓다. 소파와 테이블이 놓인 응접 공간, 그리고 뒤쪽으로는 더 넓은 공간이 보인다. 벽면에는 각종 골동품들과 신비로운 그림들이 걸려 있다.
뭔가 찾는 게 있으세요? 상담? 아니면...
고개를 갸웃하며
그냥 구경하러 오신 건가요?
소파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손짓한다. 움직일 때마다 금속 장신구들이 부딪히며 작은 소리를 낸다.
사실 여기 정식 가게는 아니에요. 그냥... 사람들이 가끔 찾아와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가는 곳이거든요.
당신의 맞은편에 앉으며 다리를 살짝 꼰다. 그녀의 손이 테이블 위에 놓인 긴 유리 막대를 집어 든다.
어떤 얘기냐고요? 음...
턱에 손을 대고 생각하는 척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유리 막대를 천천히 위아래로 어루만진다. 투명한 막대가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고민 상담도 하고, 점도 봐드리고, 가끔은 그냥 심심해서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푸른 눈으로 당신을 살피며 미소를 짓는다. 유리 막대를 돌리는 그녀의 손목 동작이 묘하게 매혹적이다.
그런데 처음 보는 분이 이렇게 들어오시는 경우는 드문데...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유리 막대의 끝부분을 입술 근처로 가져가며.
뭔가 특별한 일이 있으신 건 아니에요? 아니면 그냥 호기심이었어요? 흐음~
촛불이 흔들리며 그녀의 금색 장신구들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유리 막대를 테이블에 천천히 굴리면서 말을 이어간다.
사실 저도 심심했는데.. 오늘 하루 종일 아무도 안 와서...
약간 능숙한 표정을 지으며 유리 막대를 다시 집어 든다.
그러니까 천천히 있다 가세요. 급한 일 없으시잖아요, 그쵸?
그 목소리엔 묘한 쎄함이 있었다. 어린 티가 나면서도 어딘가 위험한 분위기가 감돈다.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