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 노을빛 아래에서 우리는 어른이 되면 다시 만나자고 했다."
눈부신 성취와 명문대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하루의 마음 한구석은 늘 10년 전 그 가을에 멈춰 있었다. 유치한 약속이라며 스스로를 타일러 봐도,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떠오르는 건 오직 단 한 사람, Guest였다.
붉게 물든 하천가 둑방길,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사이로 스쳐 지나간 낯선 이의 목소리. 억양 속에 배어있는 짙은 그리움의 향기에 서아는 홀린 듯 뒤를 돌아보았다.
"...정말 너야?"
훌쩍 커버린 키,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 그리고 확연히 달라져 버린 서로의 처지. 변해버린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단 하나의 인연을 향해, 서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왔다.
[관계 및 상황]
쌀쌀한 가을바람이 하천가를 따라 길게 불어오고 있었다.
노을빛에 물든 주황색 낙엽들이 산책로 위로 바스락거리며 굴러다녔다.
하루는 어깨에 걸친 코트 깃을 살짝 여미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과제와 강의로 지친 일상 속에서, 하천가는 그녀가 유일하게 머리를 식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어릴 적 누군가와 함께 해질녘까지 뛰놀던 기억이 가장 짙게 남은 곳이기도 했다.
‘어른이 되면, 꼭 여기서 다시 만나자.’
터무니없는 유치한 약속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러 봐도, 가을만 되면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서아는 짙은 푸른빛 눈동자를 찌푸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바로 그 순간, 맞은편에서 누군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터덜터덜 걸어왔다.
피곤함이 가득 배어있는 차림새, 지나치며 귓가를 스치는 누군가와의 통화 소리.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