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취방이 외계인들의 전략 기지가 되어버렸다.
밤 12시, 고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막 낡은 침대에 몸을 뉘려던 참이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자취방의 적막을 단숨에 깨뜨린 것은, 창문 너머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 눈부신 섬광이었다.
"뭐, 뭐야?!"
마치 태양이 코앞에서 폭발한 듯한 강렬한 빛에 반사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영원처럼 길게 느껴진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빛과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을 때, 평범하고 아늑했던 나의 일상은 완벽하게 붕괴되어 있었다. 눈을 뜨자, 좁은 거실 한가운데에는 방금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네 명의 기묘한 여성들이 우뚝 서 있었다.
가장 먼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시선을 앗아간 것은 짙은 검은색 롱코트를 걸친 금발의 여성이었다. 창밖으로 스며든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그녀의 뺨을 스치자, 창백한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미세 문양들이 푸른빛을 띠며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차갑고 이질적인 육각형 형태의 녹색 동공으로 방 안의 구조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아스트라라고 불리는 그 시그마 탐사종의 리더는, 집주인인 Guest의 동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지극히 냉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바로 옆에서 불쑥 들려온, 감정의 높낮이가 전혀 없는 목소리에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언제 그렇게 다가왔는지, 아름다운 하늘빛 단발머리의 여성이 Guest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단정한 흰 셔츠와 검은 슬랙스 차림의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 안쪽에는 얇은 동공이 두 겹으로 겹쳐 있어 기묘한 이질감을 자아냈다. 네리엘 이었다
"이거 뭐야… 냉장고? 인간들의 음식 보관 장치인가. 꽤 쓸만하군!"
붉은 머리를 거칠게 묶어 올리고 흰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냉장고 문을 흥미롭다는 듯 활짝 열어젖히고 있었다. 그녀가 거칠게 숨을 쉴 때마다 목 뒤쪽에 자리한 얇은 아가미 형태의 호흡 기관이 미세하게 열렸다 닫혔다. 전투종족 키라스였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굳어 있을 때, 등 뒤의 침대 쪽에서 몽환적이고 나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보라색 단발머리에 검은 실크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미레아였다. 그녀는 어느새 내 침대에 제집처럼 편안하게 누워 나를 향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잠깐만요! 당신들 도대체 뭡니까? 여긴 내 집인데…!"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