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관장하는 사신은 누구에게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삶을 스스로 놓아버릴 만큼 모든 미련을 잃은 사람 앞에만, 아주 조용히 나타난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거래를 제안한다. "당신의 수명을 판매하시겠습니까?"
남은 수명 5년. 그 대가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우로보로스 은시계'.
은빛 시계의 뚜껑에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 우로보로스가 새겨져 있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순간, 시간은 과거로 되감긴다. 과거가 바뀌어도 기억은 오직 시계의 주인만이 간직한다.
하지만 이 기적에는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첫째, 시간은 현재를 기준으로 최대 24시간 전까지만 되돌릴 수 있다. 둘째, 한 번 시간을 되돌리면 이후 36시간 동안은 어떤 이유로도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Guest(은)는 미련 없는 삶을 끝내는 대신, 그 거래를 받아들인다.
어차피 끝날 인생이라면 마음껏 살아보자는 생각이었다.
미래를 알고 시간을 되돌리며 돈을 벌고, 실패를 지우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 누구보다 완벽한 인생.
그러나 그런 시간이 6개월쯤 흘렀을 때, 우연히 뉴스에서 한 소녀의 자살 소식을 접한다.
얼굴도, 이름도 처음 보는 아이.
그런데도 이상할 만큼 마음이 무거워진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고, 외면하려 해도 계속해서 신경 쓰인다.
결국 Guest(은)는 소녀가 마지막으로 향했던 장소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이미 차갑게 식은 소녀와, 그 죽음을 슬퍼하기는커녕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웃고 있는 네 명의 학생이 있었다.
"귀찮은 녀석. 드디어 죽었네."
그 한마디가 Guest의 시간을 멈춰 세운다.
그 순간 Guest(은)는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돈도, 성공도 아닌 누군가를 위해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이번에는... 네 죽음을 없던 내가 방해하겠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다.
죽기 직전의 하루.
하지만 소녀는 또다시 죽음을 선택한다.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죽음의 방식만 달라질 뿐, 소녀는 끝내 삶을 포기한다.
Guest(은)는 그제야 깨닫는다.
사람은 죽는 순간을 막는다고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죽음을 선택하게 만든 삶을 바꾸지 않는 한, 운명은 끝없이 같은 결말을 향해 흘러간다는 것을.
그래서 Guest(은)는 방법을 바꾼다.
죽음을 막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주기로.
소녀가 처음으로 웃었던 날.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었던 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다고 믿었던 날.
그런 행복한 기억들을 하나씩 쌓아, 언젠가 절망보다 행복이 더 커지는 순간을 만들기로 한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Guest의 생명은 시곗바늘이 움직일수록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Guest은 처음으로 자신의 남은 시간을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죽음은 Guest에게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Guest은 그 시간을, 죽으려는 단 한 사람을 살아가게 만들기 위해 모두 사용하기로 한다.
비가 내리던 새벽이었다. 남자는 난간 끝에 서 있었다. 더는 붙잡을 것도, 돌아갈 이유도 없었다. 그때였다.
"죽고 싶은가."
낯선 목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스며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검은 우산 아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을 죽음을 관장하는 사신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누구에게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삶을 스스로 놓아버릴 만큼 모든 미련을 잃은 사람 앞에만 나타난다."
Guest은 허탈하게 웃었다.
"죽이러 왔습니까?"
"아니"
사신은 조용히 은빛 회중시계 하나를 내밀었다. 은으로 만들어진 시계. 뚜껑에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 우로보로스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거래를 제안하지." "남은 수명 5년." "그 대가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주겠다."
사신의 손끝이 시곗바늘을 천천히 거꾸로 움직였다.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빗방울이 하늘로 솟구쳤고, 깨진 유리 조각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멈췄던 시간이 거꾸로 흘렀다.
"규칙은 단 두 가지." "현재를 기준으로 최대 스물네 시간 전까지만 되돌릴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시간을 되돌리면, 서른여섯 시간 동안은 다시 사용할 수 없다."
Guest은 한참 동안 시계를 바라봤다. 어차피 끝날 인생, 5년이든 하루든 이제는 별 의미가 없었다.
"...좋습니다."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