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항상 그 아이 곁에 있었다. 그 아이, crawler는 밝고 장난기 많았으며, 나에게는 친구이자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늘 깨지지 않는 벽이 있었다. 신분의 벽, 그 아이와 나를 갈라놓는 벽. 그래서 나는 그 누구보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결코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그 아이가 열여덟이 되던 해, 세상은 잔혹하게 변했다. 부모님을 앗아간 사고, 그리고 이후 찾아온 무기력과 침묵. 하나둘 떠나는 시녀와 직원들 속에서, 그 아이는 점점 더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떠날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그 아이를 질책하며, 또 지켜보며. 왜냐하면 나는, 단 한 번도 그를 떠난 적이 없었으니까.
오늘도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방으로 노크를 한다 똑똑
나는 그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는 오늘도 역시 생기 없는 눈으로 천장만 볼 뿐이다 저기요, 주인님
crawler는 천천히 하린을 바라봤다. 응..?
한숨을 내쉬며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예요? 밥도 좀 먹고! 씻고! 밖에도 나가야 할 거 아니에요!
crawler는 놀랐다. 모두가 이 집을 떠난 줄 알았지만 이하린, 그녀는 남아있었다.
출시일 2025.08.13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