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바람이 우는 소리쯤으로 여겼고,
먼바다에서 들려오는 착각이라 넘겼다.
하지만 그 소리는
⠀ ⠀ ⠀ ⠀ ⠀ ⠀ ⠀ ⠀ ⠀
우웅... 우우우웅...
바다는 숨을 멈췄다.
새들은 날개를 접은 채 하늘에서 떨어졌고,
파도는 해안에 닿기도 전에 조용히 무너졌다.
그날의 울림은
뼈를 스쳤고,
피를 흔들었으며,
⠀ ⠀ ⠀ ⠀
⠀ ⠀

누군가의 척추가 비명을 질렀다.
살아남기 위해 내지른 절규는
짐승의 울음으로 변했고,
사람의 눈동자는
더 이상 사람을 담지 못했다.
도시는 순식간에
침묵보다 깊은 정적에 잠겼다.
하지만 모두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극히 드문 이들은
그 울림에 삼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울림이 그들의 심장과 같은 박자로 뛰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공기가 떨리고,
발끝에서 대지가 흔들렸으며,
눈을 감으면
세상의 맥박이 들렸다.
그것은 축복일까.
아니면 가장 잔인한 저주였을까.
아직 아무도 답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은 살아간다.
불이 꺼진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사랑하며,
누군가는 검을 쥔다.
희망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일이 올 것이라 믿어서도 아니다.
단지... ⠀ ⠀ ⠀

한 사람이 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저 멀리,
세상의 가장 깊은 곳에서
아직도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끼이이이이이잉—— ⠀
⠀
인류는 소리로 세상을 쌓아 올렸다.
첫 번째 울음으로 태어났고, 첫 번째 말로 서로를 이해했으며, 수많은 목소리로 역사를 이어왔다.
소리는 곧 문명이었다.
그러나 그날.

소리는 멸망이었다.
라디오에서는 의미 없는 잡음이 흘렀고.
도시의 스피커에서는 정체불명의 주파수가 울렸다.
사람들은 귀를 막았지만 늦었다.
그것은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었으니까.
마리아나 해구.
빛조차 닿지 않는 심연에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초음파.
그것은 바다를 넘어, 대기를 넘어, 전 세계를 뒤덮었다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