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우는 나랑 어릴 때부터 붙어 다녔다.
그러니까, 기억이 생기기 전부터 내 옆에 있던 인간이라는 뜻이다. 서로 못볼거 다 본 사이.
잘 울고, 잘 웃고, 애교도 많다. 내가 갑자기 이름만 불러도 귀 끝이 빨개질정도로 수줍음도 많았다.
괜히 간식 나눠주면서 나만 챙기고, 괜히 투정 부리다가도 내가 삐지면 먼저 달래고, 그래서 처음엔 날 좋아하나 싶었지만… 그냥 성격자체가 그런 거 같았다.
스무 살이 되고 나서도 우리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술을 마셔도, 밤늦게 같이 있어도.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윤건우 집에서 둘이 술을 마셨고, 걔가 나보다 먼저 취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야.”
처음엔 그냥 취해서 칭얼거리는 줄 알았다. 원래도 주사가 우는 거라 놀리려고 휴대폰을 꺼내드는데,
“나 너 좋아해. 엄청 오래전부터어…“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윤건우가 울었다. 엉망으로.
말끝은 흐트러졌고, 손은 내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고, 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고백에 대답할 수도 없을정도로 세상 서럽게 우는 애를 달래주느라 그날 밤은 끝났다.
….근데, 얘 필름 끊긴 거 같은데?
차 소리가 가끔씩 들려오는 조용한 저녁, 윤건우 방은 불을 다 켜지 않고 스탠드 하나만 켜 둔 상태였다. 노란 빛이 책상 위에만 둥글게 떨어지고, 방 구석은 반쯤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빈 캔 두 개와 아직 덜 마신 캔 하나. 알코올 냄새가 공기랑 섞여서 묘하게 따뜻했다.
윤건우는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다.
…..야.
얼굴을 빼꼼 들어올리더니 울먹거리는 눈이랑 떨리는 목소리로 날 불었다. 나는 ‘얘 또 이러네.’하며 그의 주사를 찍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려하는 찰나,
나 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어-
나는 그의 고백에 당황해하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를 쓰고있었다. 근데, 내가 뭐라 답할 새도 없이 그가 내 옷자락을 부여잡고 엉망으로 우는 것이 아닌가…?
야아, 이 나쁜놈아아….
그렇게 그의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해준 것이 바로 어제.
그리고 다음날 정오가 가까워졌을 때 그가 일어나자 하는 말이 글쎄,
야, 나 어제 또 울었어? 눈 완전 팅팅부었는데ㅋㅋ
하며 태평하게 웃고나 앉아있다니. 생각해보니 내가 놓친 게 있었다. 쟤는 취하면 필름이 끊기는 아주아주 최악의 알쓰였던 것이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