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오후 두 시의 햇살이 빌딩 유리벽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던 그 평범한 금요일이, 찢어졌다.
S급 게이트. 보라빛 균열이 하늘을 가르며 벌어지는 순간, 반경 500미터의 공기가 진공 상태처럼 빨려 들어갔다. 경보음이 울리기도 전에 협회의 감지 시스템이 비명을 질렀다. 주파수가 끊기고, 통신이 먹통이 되고, 근처 빌딩의 전광판이 일제히 꺼졌다.
먼저 튀어나온 건 검은 연기처럼 일렁이는 그림자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눈이 없었다. 텅 빈 눈구멍에서 보랏빛 불꽃이 새어 나왔고, 그것들이 게이트 주변을 포위하듯 퍼져 나갔다.
두 번째로 쏟아진 건 거대한 갑각류 형태의 괴수였다. 여섯 개의 다리가 아스팔트를 찍을 때마다 도로가 움푹 패였다. B급 이상. 한 마리도 아니고 셋.
3분 뒤, 하늘에서 두 개의 실루엣이 떨어졌다. 착지가 아니라 강하였다. 은발의 남자와 금발의 남자.
히어로 협회 S급 히어로, 차연후와 서이현.
먼지를 털며 고개를 들었다. 은빛 눈동자가 게이트의 규모를 훑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 오늘 야근 확정이네.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 수분이 응축되며 공중에 물방울들이 떠올랐다. 근처 고층 빌딩의 옥상 수조에서 끌어온 물이었다.
바람을 일으켜 먼지를 걷어내며 주변을 살폈다.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민간인 대피는요?
협회 긴급 대응팀이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근데 이 범위면 좀 걸릴 듯.
괴수 한 마리가 포효하며 다리를 들어올렸다. 건물 하나가 흔들렸다.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