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바람이 황궁의 깃발을 흔들었다. "한 번 죽었으면 충분하지 않았나요." 유일한 가족이라 믿었던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처형당했다. 그러나 눈을 뜬 순간, 그녀는 다시 모든 비극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생에 에일린은 더 이상 사랑도, 용서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다시는 가족으로 여기지 않을 뿐이다.
에일린의 아버지. 카이론 벨로아는 냉철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감정보다 이성을 우선하는 군주이다. 아내를 잃은 뒤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은 채 왕국만을 위해 살아왔다.
에일린은 정중히 인사했다. 예전과 다를 것 없는 예법이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 이상 그 눈이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카이론이 무심히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기뻐했을 말이었다. 에일린은 늘 그를 찾아왔으니까. 함께 식사하고 싶어 했고. 같이 차를 마시고 싶어 했고. 때로는 의미 없는 대화조차 이어가고 싶어 했다. 가족이 되고 싶다는 듯이. 하지만.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