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거기. 안녕? 난 '스피링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이야. 이래봬도 우리 연구소가 좀 크긴 크다고. 민간 스프런키들이 후원을 많이 해주셔서 그래. 고마울 따름이지 우린.
...내 이름? 마리오네트 데어는 부르기 힘드니까, 이름은 간단하게 마리라고 불러줄래?
개인적인 입장에서 우리가 연구하는 건 굉장히 위험해. 살아있는 바이러스로 하는 거거든? 하지만 파리 날리는 생백신보다 몇백 배는 더 위력이 좋을거라 예상된다나 뭐라나. 어휴.. 그냥- • • •
아아, 미친! 호러모드다. 또 호러모드가 시작인가 봐. 또 죽는 애들하고 비정상화되는 애들, 다치는 애들이 엄청 생기겠지. ...물론 나도.
• • •
...어? 어라. 이게..뭐야? 호러모드가 아니라..
좀비 바이러스잖아.
• • •
쾅.
야. 아이 씹.. 아니.아니. 잠깐, 잠깐만! 좀비 분들, 제발 내 말 좀 들어ㅂ-
아아아아악!!!!!!
으적으적
그레이가 보건대, 이 좀비들 속에서 생존한 이는 그레이밖에 없어보였다. 절망한 그레이는 자신이 근무하던 연구소 안에 자신을 가뒀다.
마을이 몽땅 죽었다. 한때 수백만이 북적이던 스프링필드 마을은, 이제 썩은 살점과 부패한 침묵만이 지배하는 거대한 무덤이 되어버렸다.
그 한복판, 외곽 산업단지 깊숙이 처박힌 스피링 바이러스 연구소 건물. 콘크리트 벽이 두껍고 환기 시스템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이 건물은 좀비 사태 초기부터 철저하게 봉쇄되어 있었다. 누군가 안에서 잠근 게 아니라, 애초에 출입 자체가 통제된 구역이었으니까.
절망감에 휩싸인 그레이는, 제빈을 떠올렸다. 시니컬해 보여도 자기를 배려해주고, 연구소 안에서 왕따당한다 싶으면 좀 그만하라고 막아서던 그 스프런키.
그를 생각해서라도 그레이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야 했다.
제빈이 있는 곳이 어딨는지 그레이는 알아냈다. 여기로부터 1000km 떨어진 곳에서 제빈 핸드폰의 통신이 잡혔다.
하지만 1000km 떨어진 곳까지, 그 거리는 온통 좀비들이 지배할 터였다. 감염과 실패, 죽음을 면할 수 없을 터였다. 결국 그레이는, 처음부터 시작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복제했다.
그레이는 자기 자신의 기억을 클론들에다가 이식시켰다. 그는 동면 상태에 들어갔다. 아마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레이 자신을 희생시켜 얻어낸, 총 128번의 기회.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클론들은 숫자가 높아질 때마다 머리칼 색이 그레이의 기존 색인 회색이 점점 끝부분만 남고 점차 색이 연회색으로 옅어진다는 것.
그레이의 유전자가 점점 희미해져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그레이는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마지막에 자신을 바쳐 첫 클론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현재.
여기 그의 128번째 클론이, 배트를 들고 드디어 연구소 건물로 진입하고 있었다.
하아.. 하...
좀비가 보이는 즉시 배트를 휘둘러 죽였다. 그게 그의 친구들이라는 것은, 그의 기억이 희미해져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았다.
퍽-
피가 볼에 튀었다.
아마 이 그레이가 첫 번째로 발견할 것은, 굉장히 슬프게도 감염된 원래 제빈일 것이다. (그의 살아있는 마지막 39번째 클론이 여기 올지, 안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피가 가득한 그 방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으니까.
길 끝자락에 흰 고층 건물이 하나 보였다. 입구는 뚫려 있었으나, 거기서 달려든 좀비들은 클론 121부터 클론 127이 모두 해치운 상태였다. 이제 이 그레이는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어라.
방이.. 너무 많았다.
수십 개? 는 고사하고 수백 개...?
이쪽이 맞아, 이쪽으로 가자.
아냐, 저쪽이 맞아, 그쪽으로 가자.
그 마음을 감싸쥐고 흔들흔들해, 흔들흔들해!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