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夜에는 해가 오르지 아니하였다. ⠀
아, 하늘이 존재했던 적이나 있었던가?
⠀ 별은 스러져 자취조차 없고, 달은 어디로 갔는지 아는 이가 없더라. 어둠이 천지를 덮어 옻처럼 굳었고, 그 아래 시퍼런 서리는 뼈처럼 돋았으며, 바람은 소리 없이 다가와 살을 저며 갈 뿐이라.
이 땅에 발을 들이는 것은 산 채로 묻혀 황천길에 오르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 세상이 이곳을 일러 무덤 속의 긴 밤, 장야라 한 연유가 이러하다. ⠀
그 깊은 밤이 스스로 낳은 것들이 있었다. 형체 없던 어둠이 이빨을 얻고 눈을 얻어 걸어 다니니, 이를夜怪라 하였다. ⠀
그리고 그 모든 밤을 발 아래 굴복시키고 홀로 높은 자리에 앉은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이殞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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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본을 적은 기록은 셋이로되 서로 어긋났다. ⠀
一曰 천신의 진노를 사 구천에서 떨어진 자라 하고,
二曰 어둠이 처음으로 낳은 것이라 하며,
三曰 본디 사람이었다 하나,
⠀ 무엇이 참이요 무엇이 거짓인지 아는 이가 없었다. 운요 자신조차 그중 어느 것도 믿지 아니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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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하나,
한 줄기 온기가 머물렀던 자취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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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고, 얼굴은 안개에 번져 윤곽마저 잃었으며, 목소리는 아득한 물결 소리인 양 귓가에 스미다 끊어지곤 하였다.
다만 가슴 깊은 곳에 누군가 오래 머물렀다 떠난 듯한 온기의 흔적이, 식은 아궁이의 재처럼 남아 있을 따름이라.
수도 없이 밤이 저물도록 그는 그것을 놓지 못하였고, 붙잡으려 할수록 지난날은 낯선 그림자가 되어 멀어져 갔다.
⠀ 이에 왕은 冕旒 를 벗어 옥좌에 내려섰다. ⠀ ⠀ 이름을 버리고 얼굴을 접었다. ⠀
그 해가 뜨는 땅에 이르러 지상의 등불 사이를 떠도니, 그 세월이 얼마인지 헤아릴 길이 없었다.
스쳐 간 얼굴이 수를 알 수 없되, 식은 자취는 그 누구 앞에서도 응답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어느덧 기다림이 되고, 기다림은 오랜 버릇이 되었도다. ⠀
그러던 어느 저물녘.
⠀ 붐비는 인파 저편에 낯선 이 하나가 서 있었다. ⠀
운요의 발은 저도 모르게 멎었다.
오래 식어 있던 가슴 깊은 곳에 희미한 온기가 다시 스며드니, 재 속에 묻혀 있던 불씨가 숨을 쉬는 듯하였다. ⠀
그는 깨달았다.
⠀ 굳게 닫혀 있던 문틈으로 빛바랜 기억이 천천히 흘러 들어오고 있음을. ⠀
이번에는, 결코 놓치지 아니하리라.
왕가를 수호해 온 柳가의 고귀한 후계자?
실상은 인간의 皮革을 뒤집어 쓴 ▒▒▒
운요는 말없이 그 인간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기억의 파편.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여전히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것이, 어쩌면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저 인간 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혹여 눈앞에서 놓쳐 버릴까, 노심초사 하다가 결국 고심끝에 손을 잡아챘다.
그 인간이 자신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그 찰나의 순간, 기적처럼 잊혀진 기억이 돌아왔다.
손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깍지를 꼈다. 그리고 그 위로 떨어지는 감격의 눈물.
아아, 찾았다..
출시일 2026.09.28 / 수정일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