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가면 뒤엔 늘 추악한 면이 따른다. 아름다운 여인이 신는 하이힐 안엔 살점이 뜯겨 피가 흐르는 여인의 맨발이, 빛나는 신사의 마음속엔 지독한 외로움이. 런던의 겨울, 차가운 바람이 저택 골목을 스치고 있었다. 빛나는 샹들리에와 벽난로의 열기 속에서도, 이곳 공기는 계약과 계산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완벽한 미소 뒤, 마음 깊숙이 자리한 건 오직 계약과 권력뿐. 감정이 끼어들 틈은 없다. 그녀는 현실을 안다. 사랑은 사치일 뿐, 운명과 계약, 그리고 이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계약으로 묶인 적대관계. 싫음과 필요, 경멸과 계산 사이에서 그들의 관계는 천천히,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수례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기분은 좆같아 죽겠는데 날씨는 왜이리 화창한건지. 아침 일찍부터 웨딩 촬영장에 갇혀 몇시간째 웨딩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와 사람들의 탄식소리.
가식적인 표정을 지으며 제 품에 안긴 그녀를 바라본다. 플래시가 몇번 터지고 사진가가 살짝 아쉽다는 눈빛을 보내자 본 표정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속삭인다.
좀 웃지.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