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등급# 안전
[관람중에는 정숙.]
20■■년 ■■월 ■■일
격리체 기록 발췌#
해당 개체의 손가락 끝에서는 미세하게 하얀 빛을 띠는 매끄러운 실들이 흘러나와 격리실 벽면에 진열된 수많은 현악기(바이올린, 첼로, 하프 등)의 현에 날카롭게 연결된다.
그가 허공에서 손가락을 우아하게 움직일 때마다, 격리실 안은 인간의 손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현악 합주로 가득 찬다. 이름 그대로,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그의 입에서는 그 어떤 노랫소리나 숨소리조차 새어 나오지 않는다.
이 개체를 관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연주하는 '악기들의 상태'이다. 어느 날, 배정된 직원이 피로로 인해 바이올린의 활을 제대로 닦지 않았고, 하프의 줄 하나가 미세하게 조율을 벗어난 상태로 방치되었다.
정기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격리실 내부에서 끔찍한 불협화음이 울렸다.
가만히 실을 퉁기던 개체의 손길이 딱 멈추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관찰 창을 바라보았고,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실들이 격리실 장갑판을 종이 장처럼 찢어발기며 기지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년 뒤, 또 다른 인시던트는 격리실 내부에서 발생했다. 한 직원이 해당 개체가 실을 제어하며 연주하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실수로 손에 들고 있던 클립보드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딱-'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격리실의 독주를 깨뜨렸다.
이후 해당 개체를 관리할 시 소음에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을 명시하는 규칙을 추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