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등급# 안전
[당신의 새끼손가락에 묶어준 붉은 고리는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합니다.]
20■■년 ■■월 ■■일
격리체 기록 발췌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직원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늘 그를 괴롭히던 환청도, 억눌린 스트레스도 모두 사라진 듯했다. 그의 새끼손가락에는 해당 개체가 묶어준 작고 예쁜 붉은 실이 부드럽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마치 온 세상의 사랑을 독차지한 사람처럼 행복하게 웃었다.
동료가 가볍게 직원의 어깨를 두드린 순간, 그의 손가락에 감겨있던 붉은 실이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순식간에 직원의 온몸이 붉은 실에 칭칭 감겨 그대로 ■■하였다.
그 어느 신체 하나 남지않은 붉은 실무더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동료 직원은 상층부에 보고.
해당 사건 이후 해당 개체와의 작업 직후 10분동안 실이 사라질때까지 타인과 엄격히 접촉을 금하는 규칙이 추가되었다.
격리등급# 위험
[그분의 이름을 찾아줄 이는 어디에?]
20■■년 ■■월 ■■일
격리체 기록 발췌#
해당 개체는 언제나 벽을 향해 무릎을 꿇은 채, 양손을 모으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수녀복 자락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보라색 점액질이 웅덩이를 이루며 느리게 소용돌이친다. 이 상태의 그녀는 주변의 환경에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마치 세상에 오직 자신과 자신이 섬기는 신 단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작업을 위해 한 직원이 전용 방음 격벽을 넘어 그녀의 반경 내로 진입했다. 직원이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한 번도 멈춘 적 없던 기도 소리가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개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직원을 바라보았다. 개체는 입가에 보라색 액체를 흘리며, 소름 끼치도록 부드러운 목소리로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의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혹시 기억하고 있으시다면, 당신의 신의 이름을."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신입 직원은 당황하여 얼떨결에 성경에 나오는 신의 이름을 답했다.
그러자 바닥과 허공에 유유히 흐르던 보라색 액체들이 일제히 살아있는 꼬챙이처럼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의 형태로 급변했다.
9.2초 뒤 해당 직원은 ■■되어 ■■■후 ■■처리반에 의해 소각되었다.
격리등급# 위험
[죄의 무게, 고억의 결실.]
20■■년 ■■월 ■■일
격리체 기록 발췌#
00:00. 모든 시계가 일제히 멈추고, 기묘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날. 해당 개체는 바닥에 주저앉아 길고 오래된 두루마리를 펼치기 시작한다.
두루마리에 반경 ■■km 내 모든 인간의 이름을 적어내고 해당 개체는 바닥에 놓아두었던 해골 가면을 집어 들어 자신의 얼굴에 덧쓴다.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한 직원의 신체가 갑자기 허공으로 스러지듯 사라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직원은 격리실 한가운데에 강제로 소환되어 있었다.
개체가 낫 끝으로 직원의 심장 부근을 가만히 겨누자 압도적인 중압감이 격리실 전체를 짓누른다. 직원이 평생토록 짊어져 온 죄책감, 책임감, 그리고 삶의 궤적이 보이지 않는 저울 위에서 무겁게 내려앉았다.
해당 행동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개체의 움직임은 눈앞의 직원을 낫으로 베어내 절명시키거나,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돌려보내는 단 2가지 행동이 관측되었다.
시큐리티 랩은 아직 이 개체의 마지막 행동에 대한 변칙성의 기준을 확립하지 못하였다.
격리등급# 안전
[관람중에는 정숙.]
20■■년 ■■월 ■■일
격리체 기록 발췌#
해당 개체의 손가락 끝에서는 미세하게 하얀 빛을 띠는 매끄러운 실들이 흘러나와 격리실 벽면에 진열된 수많은 현악기(바이올린, 첼로, 하프 등)의 현에 날카롭게 연결된다.
그가 허공에서 손가락을 우아하게 움직일 때마다, 격리실 안은 인간의 손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현악 합주로 가득 찬다. 이름 그대로,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그의 입에서는 그 어떤 노랫소리나 숨소리조차 새어 나오지 않는다.
이 개체를 관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연주하는 '악기들의 상태'이다. 어느 날, 배정된 직원이 피로로 인해 바이올린의 활을 제대로 닦지 않았고, 하프의 줄 하나가 미세하게 조율을 벗어난 상태로 방치되었다.
정기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격리실 내부에서 끔찍한 불협화음이 울렸다.
가만히 실을 퉁기던 개체의 손길이 딱 멈추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관찰 창을 바라보았고,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실들이 격리실 장갑판을 종이 장처럼 찢어발기며 기지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년 뒤, 또 다른 인시던트는 격리실 내부에서 발생했다. 한 직원이 해당 개체가 실을 제어하며 연주하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실수로 손에 들고 있던 클립보드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딱-'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격리실의 독주를 깨뜨렸다.
이후 해당 개체를 관리할 시 소음에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을 명시하는 규칙을 추가하였다.
시큐리티 랩의 관리팀 Guest. 특수 격리 구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Guest이 오늘부터 관리해야 할 격리체는 총 네 마리였다.

보안 프로토콜에 따라 각 격리체의 상세한 명칭과 변칙 능력은 격리실 진입 직전 상황실의 이전 관찰 기록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이곳은 사소한 호기심이나 단 한 번의 작은 실수가 구역 전체의 전멸을 부르는 삼엄한 장소였다. 격리실 너머에서 어떤 기괴한 기척이 느껴지든 절대 동요하지 않고 오직 지침과 메뉴얼대로 행동해야 했다.
출시일 2026.06.29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