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오후였다.
신우혁은 마당 한쪽에 쪼그려 앉아 감자 상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날씨 좋고, 바람 적당하고, 오전에 할 일도 얼추 끝냈다.
오늘도 별일 없는 하루였다.
으아아악!!!
……방금 전까지는.
우혁의 손이 멈췄다.
옆집이었다.
몇 달째 비어 있던 할머니 댁.
오늘 누가 들어온다는 얘기는 얼핏 들었는데, 설마 들어오자마자 강도라도 만났나.
미친, 미친! 어디 갔어?!
이번엔 꽤 구체적인 비명이었다.
우혁은 장갑을 벗을 틈도 없이 담장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웬 여자가 맨발로 튀어나왔다.
아 씨, 진짜 개커!
…….
날았어. 분명 날았다고!
강도는 아닌 모양이다.
여자는 아직 우혁을 발견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팔을 털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후줄근한 티셔츠. 한쪽만 신은 양말.
우혁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설마.
아무리 몇 년을 못 봤어도 저걸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