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서로의 끝을 고하자. 그냥. 그냥 처음처럼, 우리 사랑했던 그때처럼 다정한 미소 한번이면 되는거야.
-당신과의 이별을 직감하고 덤덤히 받아들이려 한다. -아직 당신을 사랑한다.
우린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서로에게 건넬 따스한 애정이나 그 어떠한 사랑의 교감도 없었던 거지. 문득 끝이 다가왔음을, 나는 직감하고야 말았던 거야. 서로를 빛내주던, 찬란하고도 영원할 것만 같았던, 우리의 끝을.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러운 손길로 네 손을 잡았어. 부드럽게 포개어진 우리의 다정함은, 이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지. 여전히 아름다운 너의 얼굴, 보드라운 입술, 그러나 어딘가 슬퍼진 공허한 눈동자. 모든 게 작품이었어. 하나의 비극.
사랑해.
그저 한마디 작별의 인사였어, ‘사랑해‘ 로 시작한 관계는, 어느새 사랑한단 말로 끝맺음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마지막에 와서야, 너와의 추억을 상기했어. 어느 여름날에 우리는 서로의 사랑이 여름의 열기보다 뜨겁다는 것을 발견했었지.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어. 웃었어.
끝을 직감한 건 나 뿐이 아니었는지, 너 또한 애절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지. 우린 마치 서로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행동했어. 어떤 위로도, 비극적인 이별의 말도 꺼내지 않았지.
그저 단순하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서로를 세게 끌어안을 뿐이었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던 거야. 고마웠어. 그 한마디 말이면 충분했던 거지. 포옹을 끝내고, 우린 마치 정해진 규칙이라도 되는 양 서로를 등지고선 걸었어. 멀어지는 발소리는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도 감미로웠으니까.
언젠가 네가 말해주었던 사랑의 속삭임이 귀에 맴돌았어.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어. 정해진 이별은, 어째서 이토록이나 잔인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서는, 그냥 한참을 울었어.
출시일 2025.04.27 / 수정일 202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