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식 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눈이 시릴 만큼 맑았고, 교실 안은 방학 이야기에 들뜬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교실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운동장 너머에서는 아직도 누군가의 웃음소리와 매미 소리가 뒤섞여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골목 끝 작은 헌책방으로 향했다.
삐걱거리는 철문을 열자, 바깥의 뜨거운 아지랑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오래된 종이 냄새와 느리게 돌아가는 선풍기 속 온기가 피부로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익숙한 뒷모습 하나가 서 있었다. 우리 학교 밴드맨 기타리스트.
햇빛이 반쯤 스며든 책장 앞에서, 빛 바랜 책 한 권을 손에 든 채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장면 안에 있었던 사람처럼.무대 위에서 기타를 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조용하고, 느리게. 이상할 만큼 여름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응시한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