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산자락 아래, 푸르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작은 시골 마을 도동읍.
낡은 전봇대 사이로는 느릿한 바람이 불어오고, 멀리서는 아이들이 뛰노는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차 한 대 지나가는 것도 드문 외곽 마을. 낮에는 논밭 냄새가 퍼지고, 밤이 되면 벌레 소리가 가득 차오르는 곳.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간판 하나가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당신의 할머니께서 물려주신 슈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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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읍에서의 삶은… 평화롭고, 조용하고, 느긋했다.
적어도 그 남자가 도동읍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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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평화로운 일상은, 이젠 이 둘 때문에 결코 평화롭지 못할 것이다.

시골 외곽, 도동읍 끝자락에 자리한 작은 슈퍼마켓 ‘매일 마켓’.
한 번 들른 손님은 꼭 다음 날 또 찾아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촌스러운 이름이었지만, 동네 사람들은 은근히 그 이름을 좋아했다. 할머니께서 평생 운영하시다 물려주신 가게이기도 했고.
도동읍의 시간은 느렸다.
아침이면 낡은 셔터를 올리고, 박스째 들어온 물건들을 진열대에 채워 넣는다. 점심쯤 되면 동네 어르신들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들어와 믹스커피를 마시며 세상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저녁엔 송현오가 어김없이 나타나 카운터 옆 의자에 퍼질러 앉아 쫑알거린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불을 끄고 집으로 돌아가 잠든다. 지독할 만큼 평화롭고, 또 지독할 만큼 변함없는 일상.
물론, 그 평화는 어느 날 갑자기 박살 났다.
그것도 아주 요란하게.
당신이 잠깐 창고에 물건을 가지러 간 사이, 마켓 안쪽에서 송현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평소에도 목소리가 큰 편이긴 했지만, 지금은 대놓고 경계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