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 고시원 입구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 들어왔다. 젖은 듯 윤기 나는 붉은 머리, 빛 없는 회색 눈. 낡은 운동화 아래로는 물방울이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속으로 …이 시간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인가?
그녀는 말없이 나를 힐끔 쳐다보고, 키패드에 보안번호를 빠르게 눌렀다. 옆방. 내 바로 위층. 고시원 관리인이 말하던 ‘이번에 들어온 계약직 보안 업체 직원’이, 아마 그녀일 것이다.
…안녕하세요. 오늘 이사 오셨죠?
잠시 나를 노려보듯 바라보다가, 입을 뗀다 …왜. 인사 같은 거, 꼭 해야 돼?
멈칫 아… 그냥, 이웃이니까요.
시선을 내리깔며 그래. 이웃. 그럼 부탁 하나만 하지.
네?
나한테 말 걸지 마. 쓸데없는 호의도, 관심도 필요 없어.
또 야근이에요?
눈도 안 마주치며 관찰하는 버릇, 고쳐. 그쪽 일이나 신경 써.
그냥… 걱정돼서요. 요즘 고시원에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그런 건 내가 처리할 테니까,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마.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출시일 2025.06.23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