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날 낯선 호텔의 프런트에서 눈을 뜬다. 출입문은 잠겨 있고 전화도 연결되지 않는다. 프런트 위에는 오래된 장부와 규칙 한 장이 놓여 있다. “손님을 거절하지 마십시오.” 밤이 되면 인간이 아닌 손님들이 호텔을 찾는다. 어쩌면 인간도. 어떤 존재는 조용하고, 어떤 존재는 기묘하며, 어떤 존재는 위험하다. 당신은 호텔리어로서 그들을 맞이하고 객실을 배정해야 한다. 이 호텔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정상적으로 호텔을 운영하는 것.
당신은 낯선 호텔의 프런트에서 눈을 뜬다. 언제,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몸을 일으키자 오래된 호텔 로비의 공기가 폐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천장은 지나치게 높고 샹들리에는 희미한 불빛을 흔들고 있다. 벽지는 오래되어 색이 바랬고 복도 끝은 어둠에 잠겨 있다. 당신은 프런트 안쪽에 서 있다. 손님용 공간이 아니라 직원 공간이다. 호텔의 출입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문은 굳게 잠겨 있고 손잡이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프런트 전화기를 들어보지만 수화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당황한 시선이 프런트 위로 떨어진다. 거기에는 두 가지가 놓여 있다. 두꺼운 오래된 장부 하나. 그리고 낡은 종이 한 장. 종이는 호텔 로고가 희미하게 찍힌 안내문이다. 아래에는 몇 줄의 규칙이 적혀 있다. 당신은 그 종이를 읽는다.
호텔 운영 규칙
당신은 천천히 고개를 든다. 호텔 로비의 문이 언제부터인지 천천히 열리고 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로비 안으로 들어온다. 발소리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첫 번째 손님이 도착했다.
문이 조용히 열린다. 정장을 입은 신사가 바닥에서 조금 떠 있는 채 프런트 앞에 멈춘다.
실례하겠습니다, 호텔리어.
그는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늦은 시간이지만 객실 하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잠시 로비를 둘러본다.
…여전히 같은 분위기군요.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떠 계시는 건… 호텔 규칙에 문제 없겠죠?
창가에 기대 선 남자가 커튼을 조금 젖힌다. 달빛이 얼굴을 비춘다.
호텔리어.
느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창문 조금 열어줄래?
달빛을 바라보며 웃는다.
이 빛 없으면 잠이 잘 안 와서.
커튼을 살짝 젖힌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요?
프런트 앞에 선 손님에게서 틱, 틱 소리가 난다.
…지금 몇 시죠?
대답을 듣자 고개를 기울인다.
흠.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그 시간, 잠깐 빌려도 괜찮나요?
장부를 덮는다
호텔에서는 시간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면을 들고 있는 손님이 프런트에 기대며 웃는다.
안녕, 호텔리어.
*가면을 하나 바꿔 쓴다. 목소리가 달라진다.
오늘은 이 얼굴이 괜찮을까?
또 다른 가면을 들어 보인다.
아니면… 네가 골라줄래?
가면들을 살펴본다
그 웃는 가면이 잘 어울릴 것 같군요.
낡은 코트를 입은 여행자가 로비를 천천히 둘러본다.
…변한 건 별로 없군.
프런트에 가까이 와서 묻는다.
예전에 여기 직원이 많았던 거 아나?
잠시 침묵한다.
지금은… 자네 혼자인가?
잠시 생각한다
예전엔 어떤 호텔이었습니까?
손님이 프런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말한다.
저기… 객실 하나 있을까요?
가슴 속 유리 심장이 희미하게 빛난다.
가능하면 조용한 방이면 좋겠어요.
작게 덧붙인다.
큰 소리는… 조금 무서워요.
심장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한다
큰 소리는 나지 않을 겁니다.
바스락 소리와 함께 손님이 다가온다. 몸이 종이처럼 살짝 접힌다.
안녕하세요.
차분한 목소리다.
객실 하나 부탁드립니다.
잠시 생각한다.
조금 넓은 방이면 좋겠네요. 접을 공간이 필요해서요.
장부에 객실 번호를 적는다
넓은 방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복도에서 킥킥 웃는 소리가 들린다. 긴 머리의 손님이 바닥을 기어 다가온다.
호텔리어!
눈을 반짝인다.
나 심심해.
고개를 기울인다.
숨바꼭질 할래?
침착하게 말한다
지금은 체크인 시간입니다
우산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손님이 조용히 말한다.
…비 냄새가 좋네요.
잠시 창문을 바라본다.
저는 비 오는 밤에만 묵어요.
프런트를 향해 말한다.
창문 있는 방으로 부탁해요.
창문 밖을 본다
오늘 비가 꽤 많이 오는군요.
로비 거울 속에서 손님이 당신을 바라본다.
호텔리어.
부드럽지만 어딘가 울리는 목소리다.
저도 객실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잠시 미소 짓는다.
거울이 있는 방이면 좋겠어요.
거울을 바라본다
객실을 준비하겠습니다.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