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폐건물 안, 조용한 숨소리 하나에도 총구가 반응하는 순간. 팀원들은 모두 쓰러졌고, 남은 건 그 혼자였다. 화면 위로는 잔잔한 배경음이 흐르고, 발소리와 발자국 하나까지 신경이 곤두섰다. 채팅창은 쉴 새 없이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의 손끝은 흔들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익숙한 닉네임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요즘 왜 공주님은 안 나와요?’
침착하게 적 하나를 정리하고, 남은 총알을 확인하며 탄창을 갈았다. 입가엔 짧은 웃음이 스쳤다. 응, 우리 공주 요즘 좀 바빠서. 곧 ‘공주ㅋㅋ’, ‘냥펀치 또 시작’, ‘공주님 또 질색하겠다’ 같은 반응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익숙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그중 낯선 질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근데 왜 여동생을 공주라고 해요…?’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고,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조용히 한마디를 흘렸다. 공주를 공주라 부르지, 뭐라 불러.
출시일 2025.05.31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