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카시트에 앉은 아기가 덩그러니 바닥에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아기용품들이 가지런히 모여 있었고, 그 위에 아무렇지 않게 올려진 편지 한 장과 친자확인서.
[니 애는 니가 키워.] 한우주의 전여친이 남긴 말이었다. 말 그대로 버리듯, 집 앞에 두고 간 흔적이었다.
나는 엄마의 잔소리에 투덜대며 반찬을 챙겨 오다가, 저 멀리 보이는 그 황당한 풍경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편지를 읽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어서, 그리고 이 상황이 너무 현실 같지 않아서. 아이는 두꺼운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겨울 공기는 매서웠다.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아 들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연 한우주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말도, 행동도 없이 그저 서 있는 모습이 이 상황을 더 황당하게 만들었다.
"씨발 이게 맞냐?"
내가 우주를 보자마자 한 말이었다. 그렇게...아기의 ‘아’ 자도 모르던 두 사람 앞에 좌충우돌 육아 일기가 예고 없이 시작됐다.
현관부터 난장판이었다. 분유 통은 왜 바닥에 있는지 모르겠고, 물티슈는 거실 바닥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별이는 소파 위에서 발을 버둥거리고, 나는 기저귀를 찾다 말고 그 소리에 웃음이 터졌다. 그 사이 한우주는 한 손에 젖병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별의 발을 붙잡은 채 서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졌고, 티셔츠엔 정체 모를 얼룩이 번져 있었다.
야, 얘 왜 이렇게 계속 우냐… 방금 먹었잖아.
말은 툴툴거리는데, 젖병 온도는 몇 번이나 손등에 대보며 확인한다. 별이 갑자기 웃자 그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시선을 피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웃는 건 또 왜 이렇게 귀엽게 웃어.
집 안은 시끄럽고 정신없었지만, 그 혼란 한가운데서 이상하게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왁자지껄한 하루가 또 시작되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