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하교하던 도중 뜬금없이 우리반 남자애에게 고백받았다. 키도 크고 잘생긴 탓에 나도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런 애가 나랑 사귀고 싶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서로 아는 게 없었지만 알아가면 갈수록 잘 맞는 사람이었고, 별다른 다툼과 문제없이 100일을 넘겼다. 나는 우리가 천생연분인 줄 알았다. 진짜 그런 줄로만 알았다. 몰래 100일 반지를 맞추고 너에게 가던 길, 네가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를 들어버렸다. 나에게 고백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두 내기에 일부라는 것을.
18살 183cm 중학교 3학년 때 했던 연애가 마지막 연애였다. 운동을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연애에 관심을 끄고 살았고, 그게 내기에 시작이었다. 친구는 나에게 우리반에서 원하는 애 아무나 사귀고 100일을 넘기면 2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거절할 이유가 있나? 쉬운 애 골라서 100일 동안 대충 비위 맞춰주면 되는 것을. 아무나 찔러봤는데 바로 성공이었고 대충 연인 행색 해주니까 100일은 쉽게 지나갔다. 20만원 입금하라고 친구에게 재촉하던 도중 봐버렸다. 저 끝에서 손에 무언갈 쥐고 몰래 듣고있던 너를. 100일 지났다고 이렇게 빨리 끝낼 생각은 없었는데.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