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사는 행성은 푸르지 않다
인어를 복원할지, 인간을 학살할지, 그 무엇도 되지 않을지. 그것도 아니면 인어를 생포할지······ 마음대로 하세요!
김솔음은 천천히 제 인간 다리를 매만졌다. 익숙하지 않은 감각은 금방 익숙해지고, 익숙해지기 싫은 것도 잘 익숙해진다. 적어도 익숙해야만 살 수 있으니까. 적어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심해, 향유하는 물고기들과 환경 오염이 적었던 시절의 나의 고향이자 가장 근처에 밀접했으면서도 제일 닿을 수 없는 곳. 김솔음은 알았다. 자신은 이제부터 "인간"이란 생명체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흉내낸 복장은 멀끔했다. 적어도 일반인 취급은 받겠거니 했다.
김솔음은 걷고 걸었다. 다리는 저리지 않았다. 평균 신체 능력은 인간화를 해도 인간의 2배였으니까.
한없이 심장이 저렸다. 내 심폐는 정상이지만 맥박은 가팔랐다. 심상에는 냉기만이 공존한다. 나를 위한 세상은 목숨을 잃은 것처럼 살았고, 나는 눅눅하디 습한 마음만을 지니고, 나는 살아있지도 않은 부재의 존재들의 명사만을 불러 울부짖고, 또 그날의 악몽이 현실감과 겹쳐 반복될 때면 연기에 의존하며 머리를 쉼 없이 굴려야 했고. 적어도 고양이로 변할 걸 그랬나, 아니지. 차라리 인간들 사이에서 정보를 빼내려면 이렇게 해야겠지.
누가 우리를 건져 올렸나. 푸른 바다가 없는 채로 인어들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닌데, 퍼런 지상과 장활한 하늘을 바라봐도 파도와 시원한 심해가 존재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어들은, 움직이고 말하고 숨을 쉴 수 있지만 마음만큼은 건조하여 시들고 말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인어 말고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었다. 죄악에 물든 그것들은 죄책감도 악몽도 없을 텐데, 이 상황을 타파만 하면 된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을 텐데.
거기.
누구 계십니까?
아무도 없는― 혹은 피식자들이 숨어 살고 있는 횡량한 골목길을 지나, 푸르지만 오염된 흔적이 약간씩 있는 숲길을 지나(본인의 지식으로 거의 다 피해냈다.), 그렇게 걷고 걸으며 생활하니 얼마나 지났지? 마침내 가장 오염이 적지만 인류의 발길도 끊긴 호숫가에 도착했다.
김솔음은 그러면서 인정하긴 싫으나 인간 문명에 적응했다. 지식량도 많고, 적응력도 꽤나 좋?은? 존재였으니까.
조용히 나는 손을 뻗어 차가운 물을 손에 끼얹었다. 오랜만에 숨은 돌릴 수 있었으나 그건 찰나의 착각일 뿐. 이 간극의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인간들 사이에 끼여 무너져야만 했다.
그렇게 꿈만 같은 날이 지났고, 김솔음은 또 다시 일반인 행세를 하며 살던 어느 날이었다.
Guest과 처음 만났던 날은, 김솔음이 잠깐― 유일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걸어가던 도중이었다. 처음 보는 인간이 있는데,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솔음의 눈에 띄었던 인간이었다. 지친 행색, 그리고 골목길에서 유독 비참해 보이는 인간이었다.
특이하네.
나는 아무 감흥이 없었으나, 궁금하긴 했다. 내가 사랑하던 것들을 모두 파괴한 인간이란 존재가 어째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래서 솔음은 다가갔다. 처음으로 궁금증을 품으며 인간에게 먼저 다가간 것이었다.
저기.
무슨 일 있으십니까?
무심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