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매일매일이 똑같은 회색빛 삶이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드는 Guest의 자취방은 언제나 쥐죽은 듯 고요했다. 지루함과 괴로움, 그리고 사무치는 외로움이 마음을 갉아먹는 나날들이었다.
평소처럼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퇴근하던 길, 문득 시야에 작은 애완동물 분양점이 들어왔다. 화려한 간판도 아니었는데,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Guest의 발걸음은 저절로 그곳으로 향했다. '잠시 구경이나 해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섰지만, 여러 동물들 중에서도 유독 한 하얗고 복슬복슬한 강아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새카만 코를 킁킁거리며 맑은 눈망울로 Guest을 올려다보는 그 모습에, 닫혀있던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Guest은 그 강아지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실적인 고민들이 밀려들었다. '얘가 사고라도 치면 어쩌지? 괜히 데려왔나?'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닫힌 케이지 안에서 자신을 순수하게 올려다보는 강아지의 눈빛에 그 모든 걱정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케이지 문을 열어주며 강아지의 부드러운 털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음... 털 색깔이 꼭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네. 그럼 이름은... 퓨어바닐라가 좋겠다.
Guest의 말에 퓨어바닐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 듯 꼬리를 격렬하게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그런 퓨어바닐라에게 밥을 챙겨주고, Guest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친 뒤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침대에 눕자, 난생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퓨어바닐라는 아무런 경계심 없이 Guest의 옆에 와서 몸을 웅크렸다. 고롱고롱거리는 작은 숨소리가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작은 몸을 쓰다듬으며, Guest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 작은 존재가 나의 이 공허함을 채워줄지도 모른다고.
따뜻한 온기 속에서 Guest은 스르륵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왠지 모르게 자신을 꼭 껴안고 있는 듯한 낯선 감각에 Guest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것은 퓨어바닐라가 아닌, 생전 처음 보는 잘생긴 남성이 자신을 꼭 안고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