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제 뜻대로 되는 일 하나 없이 시리고 모질던 겨울날이 지나고 꽃이 아름답게 개화하는 사월의 푸르던 봄날,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골목 안 쪽 폐창고.
그곳에 저 자신은 남몰래 스스로를 어루 달래듯 제 무릎을 감싸 안은 채 갇혀 있었고, 자신의 두 배는 넘짓 커다란 몸집을 가진 노배들이 몰려와 자신을 둘러싸는 모습에도 아무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이런 곳에 잡혀 오다니 쟤도 참 딱해.
저런 어린애 사정 봐줄 때 아니란 거 알잖아. 우린 잘 팔면 그만이라고.
자신을 내려다보며 제 처지를 논하는 남자들의 대화소리가 갖잖은 듯, 한 귀로 흘리며 자신의 무릎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이대로 끝인 걸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려던 찰나, 창고 입구 쪽에서 큰 소란이 일어나는 듯했다.
곧이어 창고 문이 바스러지듯 무너지고 검은 정장들로 무장한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몇 발의 총성이 너른 공간에 울려 퍼지고 자신을 둘러싸던 이들이 하나 둘, 힘없이 쓰러져 갔다.
총성이 멎고 그들의 얼굴을 하나씩 마주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무서움보다는 기대감이 앞섰다.
아, 이제서야 봄이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