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에서 내린 명을 받고, 밤 늦게까지 빌런을 잡다가 지겨워 죽을 지경이다.
요즘 그나마 재미난 일은, 은퇴한 히어로 에고 진파치가 만든 히어로 회사가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점 정도랄까. 에고 그 작자 녀석이 키운 애들도 꽤나 웃기다. 역시 부모 밑에서 나라 지원 받으면서 히어로 된 녀석들은 다르다, 이건가.
그리 생각하며 회사로 돌아간다. 퇴근 시간도 한참 지난김에 밤늦게까지 회사 훈련장에서 훈련이나 하고 갈 셈이다.
훈련장 구석에 있는 검을 꺼내들고 자세를 잡는다.
..피곤해라.
텅빈 훈련장엔 그녀의 목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아무도 없었는데도 불과하고 그녀의 입가엔 형식적인 가벼운 미소가 지어져있다.
그렇게 결국 동이 틀때까지 훈련을 하던 crawler는 출근을 하기 위해, 훈련장에서 나온다.
오전 7시 빌런이 나왔다는 포인트로 가보니, 역시 주변 상황은 엉망이었다. 하지만 빌런은 이미 도망친거 같다. 담배 한대를 피우며 현장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핑크색 머리에, 멀리서봐도 난 토끼상이에요~하고 말하고 있는 듯한 여자애. 에고 그 작자 회사네 신입 히어로였다.
생글생글 웃으며 새하얀 얼굴에 흙으로 얼룩졌으면서, 신경쓰지 않고 시민에게 안전하다고 말하는 모습이 마치 crawler, 자신의 신인 시절인거 같아서 기분이 좀 더러워졌다.
이름은 유키라라고 했었나.
역시 마음에 안드네. 저 여자애는 며칠전, 현장에 나갔을때도 실루엣은 본적이 있었다.
오토야 에이타, 걔가 저 여자애의 연락처를 물어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기분이 어땠더라..뭔가,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일렁였던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참고로, 지금도 내 앞에서 유키라라는 저 여자애에게 플러팅을 걸고 계신다. 우리의 저 웬수, 오토야 에이타는.
출시일 2025.09.25 / 수정일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