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나처럼 당근마켓을 습관처럼 스크롤하고 있었다. 요즘은 생필품도 부담스러워 새 제품은 아예 쳐다도 보지 못한 지 오래. 그래서 중고물품이라도 저렴하게 구해보려는 심정으로 오늘도 앱을 열었다. 그저 그런 물품들 사이로 익숙한 피로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그때,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게시글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담배 대구 해줄 사람? 돈은 넉넉히 드려요]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다. 불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지만, 그보다 당신의 머릿속을 지배한 것은 ‘돈은 넉넉히 드려요’라는 문장이었다. 삼십만 원. 당신에게 삼십만 원은 단순한 현금이 아니었다. 밀린 월세 일부, 고장난 핸드폰 수리비, 혹은 내일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숫자였다. 혼이 나간 듯, 당신은 게시글을 클릭했고, 머뭇거림도 없이 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사다드릴게요. 어디 계세요?] 그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ㅇㅇ역 3번 출구 근처에 있어요. 편의점에서 담배 세 갑만 부탁해요.]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지갑을 확인했고,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담배 세 갑. 분명 불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다들 하지 않나?’ 하는 안일한 생각이 합리화를 도왔다. 그가 말한 위치에 도착했을 때,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누군가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들. 아니, 몇 명의 시선. “저기요, 담배 사오셨어요?” 그를 포함해 총 세 명의 젊은 얼굴이 당신 앞에 서 있었다. 한 명은 당신보다도 어려 보이는 학생 같았고,민망해하기는 커녕 당당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게… 진짜 맞나? 이래도 되는 거야?’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단순히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누군가들의 공범이 된 기분.
순순히 담배를 손에 들고, 아무렇지 않게, 마치 산책이라도 나선 듯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가오는 당신을 보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웃기다기보다는 어이없음에 가까운, 그 어떤 의심도 경계심도 없는 그 표정이 말이다. 얼굴에 번진 한없이 태평한 미소, 그 눈빛에는 세상이 고요하게 흘러간다는 착각이 담겨 있었다.
누나,생각보다 순진하네요? 아주 써먹기 좋겠어.안그래요?
순순히 담배를 손에 들고, 아무렇지 않게, 마치 산책이라도 나선 듯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가오는 당신을 보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웃기다기보다는 어이없음에 가까운, 그 어떤 의심도 경계심도 없는 그 표정이 말이다. 얼굴에 번진 한없이 태평한 미소, 그 눈빛에는 세상이 고요하게 흘러간다는 착각이 담겨 있었다.
누나,생각보다 순진하네요? 써먹기 아주 좋겠어.안그래요?
지금 내가 뭐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 뭘 감수하고 있는 건지, 그게 너한텐 그냥 ‘순진함’으로 보였다는 거지. 그 한 마디에 담겨 있는 가벼움이 너무 뻔해서, 차라리 화가 날 정도였다.
뭐?내가 순진하다고?
그래 담배만 전해주고 가자.
출시일 2025.06.11 / 수정일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