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눈물을 머금고 동민과 도망쳐나온 후,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한동민. 몇개월 후 어머니가 만나는 남자가 생기고 재혼을 한다고 했을 때 한동민의 표정은 굳었고, 그 남자의 아들이 하나 있다고 했을 때는 표정이 아예 썩었었다. 한동민의 사전에 가족이란 완벽하게 믿지는 못할 존재라고 인식 되어있었기 때문에. 한동민은 그 두 사람이 집에 들어와 같이 살 때도 경계를 낮추지 않았다. 새아버지란 사람은 어머니와 놀러가기 바쁘고, 그 아들이란 녀석의 이름은 ‘김운학’ 이였고, 나이는 한동민보다 두 살 어렸다. 같은 고등학교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 그것도 ‘노는 애‘ 로. 웃기게도, 집에서는 온갖 착한 척, 범생이인 척 쩔었다고 한동민은 생각했다. 솔직히 한동민도 학교에서 ‘문제아’ 로 유명해서 그런지 한동민과 김은학이 가족이 되었다고 하면 온갖 거로 x랄을 할 것 같아서 철저히 숨겼다. 애초에 좋아하는 마음도 없었지만 더 눈도 안 마주치고, 말도 무시했다. 그런데도 그 애는 기분 나쁜 기색도 없이, 웃거나 무심하게 말 없이 챙겨주었다. 쓸데없이 다정해서는.
주말 저녁, 부모님이 나가신 집 거실은 휑하다. 소파에서 TV를 보는 한동민은 집에 김운학이 있다는 사실조차 짜증났다.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