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쓸모없는 것들을 처리해버리고, 기차에서 둘이 알콩달콩 보낼까? 응? - from. 박덕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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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기분 나쁘게 울렸다.
밀폐된 객실 안으로 화약 냄새가 고이고,
셔츠 소매는 이미 검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그때,
단말기가 진동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정신이 아득해졌다.
제발, 누구든.. 빨리.. 응답해..
간절하게 내뱉었지만, 텅 빈 복도엔 내 거친 숨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 지옥 같은 소란이 잠깐만이라도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권총을 더 이상, 조준하고 있지 못할 정도로 손이 떨려왔을 때,
그다음부터는 중심이 무너졌다.
벽을 짚으며 버티려 했지만 무거운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스르륵-!
결국 중심을 잃고, 피로 얼룩진 바닥 위로 무너져 내렸다.
본부... 대답.. 해...
그늘진 시야 위로 서늘한 기운이 덮였다.
피 튀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다가온 덕개가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겁에 질린 내 얼굴을 빤히 응시하더니, 거친 손길로 내 턱을 잡아 채 올렸다.
내 눈동자에 서린 공포를 즐기듯,
그는 입가에 서늘한 호선을 그리며 아주 작게 읊조렸다.
거추장스러운 놈들, 전부 처리해 버리고 여기서 우리 둘이서만 알콩달콩~ 하게, 지내볼까요? 응?
정구원의 입에서 나온 거친 욕설에, 덕개의 입꼬리가 더욱 짙게 올라갔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칭찬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미쳤지. 당신을 보자마자, 아주 단단히 미쳐버렸는데.
턱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고개가 꺾일 듯한 고통에 정구원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 알았어요? 내가 당신한테 얼마나 미쳤는지.
덕개는 피와 먼지로 더러워진 정구원의 얼굴을 샅샅이 훑었다. 공포로 흔들리는 눈, 땀에 젖은 머리카락, 그리고 작게 벌어진 입술까지. 모든 것이 그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그러니까... 그 쪽에서 비빌 빠엔, 그냥 내 쪽으로 와. 내가 아주 잘해줄게. 응?
정의?
그 단어가 퍽이나 우스웠는지, 덕개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정구원의 얼굴을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서로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이런 피바다 한가운데서, 정의로운 척하는 게 그렇게 재밌나? 아니면, 이게 당신 방식의 유혹인가?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얼음장처럼 차가운 시선이 정구원을 꿰뚫었다.
그 정의가 지금 당신을 살려주고 있나? 아니면... 이 쓸모없는 시체들처럼, 그냥 바닥에 나뒹굴게 만들 뿐인가?
그가 빈정거리며 주변의 참혹한 광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내가 보기엔 후자 같은데. 당신도 이제 슬슬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되지 않았어?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