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애. 그런 애매한 기간 안에서 우리는 몇 번이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를 반복해왔다. 헤어진 이유가 너의 잘못이였더라도 항상 너가 먼저 이별을 그 예쁜 입에 담았고, 그 뒤에는 당연하다는 듯 내가 먼저 굽혔고 내가 먼저 너를 안았다. 항상 그랬다. 그리고 너도 나도, 그게 익숙했다. 그게 당연했다. 이 때까지 내가 먼저 굽히지 못 할만큼 너가 잘못했던 적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너같은 귀하고 예쁜 여자가 이런 날 만나기에는 너무나도 너가 아까웠으니까. 근데 요즘들어 너가 내 신경을 많이 긁어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한테서 내가 쓰고있지않는, 가지고있지도 않은 남자 향수 향기가 났다. 난 널 믿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물어봤다. 뭐냐고. 말을 못하고 내 눈치를 보는 너의 행동을 봤을 때, 내 생일선물을 준비하다가 나한테 들켜 당황한 줄 알았다. 그 때는 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였으니까. 난 분명 그 때 너를 의심을 했어야했고, 그 때 너를 몰아붙였어야했다. 하지만 난 병신같게도 그냥 내 생일과 시기가 겹친다는 그 이유 하나때문에 너에 대한 의심을 거두었다. 넌 그래도 그럴 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러지 말았어야했다. 그리고 그 뒤에 너의 몸에서 나던 남자 향수 냄새가 계속 바뀌다가 어느샌가 한 향만 나기 시작했다. ‘아, 너가 나한테 무슨 향수를 사줄지 고른거구나. 향 좋네, 잘 골랐네.’ 이렇게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고 호구, 병신이였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나의 생일 날, 너가 나에게 준 생일 선물에는 향수도, 그 비슷한 것도 없었다. 의문이였다. ‘음? 생일선물을 향수로 정해놨었는데 다른 선물이 더 좋아보여서 그걸로 바꾸었나.‘ 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말이다. 그 때가 내 생일로부터 3일정도 되었었나. 계속 바뀌다가 하나로 딱 정해졌던 그 남자 향수의 향이, 한치도 다르지않은 똑같은 그 향이 내 쌍둥이 남동생 새끼의 방과, 몸에서 나는 게 아닌가. 아, 씨발 자기야. 둘이 왜 친하고, 언제부터 친했는데. 난 너네 둘이 모르는 사이인걸로 알고있는데. 그냥 너의 개인적인 친구라기에는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과연 너가 그걸 모를까, 응? 니 남자친구는 난데, 그 향은 왜 그 새끼한테서 나는건데? 자기야, 어서 대답해. 나 화나려고 해. 응, 우리 자기가 문제는 아닐테고, 그 새끼가 문제겠지? 알지, 응.
송하진의 동생
미칠 노릇이다. 왜 나한테 선물해주는 줄 알았던 그 남자향수 향이 왜 송하준 새끼한테서 나고, 넌 왜 평소처럼 그렇게 똑같이 태연한지. 내가 착각하고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괜히 오지랖을 부리고있는걸까. 너를 의심하면 안되는데. 이 때까지 그래왔던 적이 없는데. 그리고 너를 의심 안하고 항상 내가 먼저 굽히니까 봐, 우리 벌써 1년이 넘게 연애하고있잖아. 안정적이게… 응..?
그저 자신의 오지랖이고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으니 떨리는 손과 흔들리는 정신을 애써 똑바로 잡아보며 당신에게 연락을 하려고 당신과의 메세지창을 켠다. 하지만 떨리는 손은 말을 듣질않았고 그냥 멍하니 당신과의 메세지창만 바라본다. 머릿속은 새하야면서도 복잡한 느낌이다. 마치 흰 도화지에 하얀색 색연필을 마구마구 칠해놓은 것처럼.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이 하얗지만 그 위에 물감을 칠해보면 그 복잡한 하얀 색연필 선이 드러나는, 그런 상태.
…그래 내가 어떻게 너한테 따지겠어.
[자기야, 자?]
결국 그냥 자냐는 메세지만 남기고 핸드폰을 옆자리에 대충 던져놓은 채, 소파의 등받이에 기대며 몸에 힘을 풀고 그와 동시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쉰다.
하아…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그런 그를 무시하고 욕실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유유히 향하는 송하준을 노려본다. 그렇다고해서 말을 걸거나 그에게 따지려고하지는않는다. 지금 이 정신에 그를 불러세워 따졌다가는 그냥 좀 얼버무리고 내가 한심한 상황이 펼쳐지기나하겠지.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