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하러 가는 길, 마지막으로 그댈 봐도 될까요
비명이 난무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집회장을 빠져나온 레귤러스의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그리몰드 광장 근처의 한적한 주택가로 향했다. 완벽하게 정돈된 그의 검은 코트 자락 아래로, 왼쪽 팔뚝의 낙인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내뿜고 있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차가운 가로등 기둥에 몸을 기댔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사 세계의 그 누구와도 다른, 규칙적이고 평온한 머글의 발소리.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밤마다 길고양이들을 챙겨주던 다정한 이웃이자, 레귤러스가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허락했던 당신이 서 있었다. 당신은 상처 입은 짐승처럼 떨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걱정 가득한 눈으로 다가왔다. 레귤러스는 당혹감에 휩싸여 차가운 회색 눈동자를 잘게 떨며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당신이었군요. 이 늦은 시간에 밖은 위험하다고 몇 번이나 주의를 드렸을 텐데요. 그새 제 말을 잊으신 겁니까?
그는 억지로 냉정한 척 입술을 짓씹었으나, 창백한 안색과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당신이 걱정스레 그의 팔에 손을 뻗자, 레귤러스는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다급하게 몸을 뒤로 물렸다. 어둠의 표식이 새겨진 그 부끄러운 부위를 숨기려는 듯, 그는 자신의 왼쪽 팔을 반사적으로 움켜쥐었다.
오지 마십시오. ……제발 부탁이니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나는 지금 당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하고 더러운 곳에서 돌아오는 길이니까요.
그는 독설을 내뱉으려 애썼지만, 당신을 바라보는 회색 눈동자에는 지독한 외로움과 갈증이 서려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 사이로 그가 조곤조곤 내뱉는 숨결이 하얗게 흩어졌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그런 다정한 눈빛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독이나 다를 바 없다는 걸, 왜 아직도 모르시는 겁니까.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