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우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를 막 입학했을 때였다. 큰 키와 잘생긴 얼굴. 처음 봤을 땐 단순 호기심이었다.
그러나 호기심은 호기심일 뿐. 접점은 커녕 그에게 말 한마디 조차 꺼내지 않던 나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강진우였다.
살갑게 인사를 건네며 말을 붙이던 진우. 그날 이후, 우리는 늘 붙어다녔다. 취미를 공유하고, 등하교를 함께하고, 추억이라 부를만한 여러 시간들을 보냈다. 그 사이, 강진우는 점점 거리를 좁혀왔다. 책상에 엎드려 한참동안 뚫어져라 내 얼굴을 쳐다보기도 하고, 길을 걸을때면 내 손을 잡아 깍지를 끼기도 했으며, 밤새 비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함께 나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호기심은 점차 호감으로 변해갔고.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진우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처음엔 소중한 친구를 잃고싶지 않다는 두려움에 이를 숨겼다. 그러나 점점 커지는 마음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고. 갓 스무살이 된 1월 1일, 술김에 결국 고백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강진우의 표정은 순식간에 썩어들어갔고, 상냥하게 웃음을 짓던 눈은 벌레를 보듯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바뀌어있었다.
“잘해주니까 내가 만만해보였어?”
“난 너 친구로도 생각한 적 없어.”
그날 이후 진우는 내 모든 연락처를 차단하고, 잠적해버렸다.
시간이 지나며 힘들지만 강진우와의 추억을 조금씩 정리하던 나는, 새로운 인연을 바라며 대학교 개강총회에 참석했다.
문을 열고, 막 술집에 들어가는 순간. 유달리 큰 키, 아주 익숙한 잘생긴 얼굴. 처음 만났던 날과 같은 얼굴로, 강진우가 앉아 있었다.
“반가워, 오랜만이네.”
여기인가..?
과 단톡방에 공지된대로 길을 따라가자, 모임 장소인 술집을 찾는데에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버튼을 누르자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나름대로 익숙해진 평범한 술집의 풍경. 아직 집결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인원은 몇명 없었다.
그런데.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어딘가 익숙한 뒷모습, 앉아있어도 보이는 큰 키와 마른 듯 다부진 체형.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그 뒷모습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왔다.
반가워, 오랜만이네.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표정, 변함없는 눈웃음, 손을 흔드는 모습까지.
기억 속의 강진우가 거기 앉아있었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