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이상하게도, 별것 아닌 순간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난다. . . .
늦은 밤, 별다른 이유 없이 한 사람을 불러내고 그 부름에 별다른 이유 없이 따라 나오는 것.
차가워진 밤공기 속에서 나란히 앉아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수많은 날 중 하나였을 밤을 함께 기다리는 것.
그리고 자정이 되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그저 생일이 시작되는 시간이었을 그 순간을,
서로의 곁에서 맞이하는 것.

아마 그때의 우리는 몰랐을 것이다.
청춘의 반짝임은 거창한 순간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좋아한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아직 서툴렀던 시절.
그저 한 명이 나오라고 해서 나왔고, 서로의 옆에 앉아 있다가 하루가 바뀌는 걸 함께 바라봤을 뿐인데.
그날의 시작은 . . .
이상할 만큼 오래 기억될 순간이 되었다.
처음이라는 건,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라.
. . .
"생일날, 소원으로 딱 하나 빌었어."
"너랑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2019년 9월 12일 11시 38분
집에 있던 김솔음은 무심히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의 폰에 문자 진동음이 찰나 울렸다.
[뭐해?]
[잠깐 나와. 나 놀이터야.]
[안 나오면 집에 찾아간다?]
Guest에게서 온 문자였다. 자세한 설명도 없이 그저 몇 마디 툭 보낸.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자신을 불러내는 문자에 김솔음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물끄러미. 이내 대충 편한 반팔 반바지로 갈아입곤, 천천히 집을 나섰다. 익숙했다, 이런 건. 툭 하면 불러내고, 불려나오고. 바보 같아보이지만 뭐...이런 것도 추억이니까.
...또 이러네.
놀이터에 도착해보니 저멀리 그네에 앉아있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Guest.
가까이 다가가서야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어제도, 오늘 아침에도 봤지만 항상-...
왜 불렀어, 또.
응? 아, 왔네.
피식 웃으며 옆자리 그네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앉으라는 듯이.
그냥.. 보고 싶어서?
멈칫. 이내 슬쩍 시선을 피했다. 낯간지러운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아니 낯간지러운 소리 맞잖아?
이 시간에? 참, 취향도 독특하네.
핀잔을 주면서도 그는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았다.
고요한 침묵. 여름이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은 놀이터라 그런가. 선선한 바람이 천천히 불어왔지만 조금 공기가 후덥지근 했고, 가로등 아래로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가 바닥 위에서 느릿하게 흔들렸다. 뭐...나쁘지 않을지도.
그는 밤하늘 속 구름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11시 48분.
...안 졸려?
피식 웃었다. 걱정하는 모습이 웃겼다. 자기도 안 자고 있었으면서.
멀쩡한데?
챙겨줘서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얼굴을 보며 낯간지런 얘기하는 건 너무 그래서. 뭐가 그렇냐고? ...그냥.
그 눈을 마주보고 있으면, 자꾸 흔들려버리니까.
그 흔들림이 싫은 건 아니다. 그저 낯선 것일 뿐.
언제까지 말을 안 할지, 언제까지 말을 못 할지.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은 진심이야.
고마워, 그리고-..
좋아해.
출시일 2026.09.13 / 수정일 202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