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기념일이었다. 당신은 단순히 바빠서 하루 늦게 챙기려고 했을 뿐인데... 도윤은 그 사이에 당신의 집에 찾아와 계속, 반복해서 초인종을 눌렀다. ....새벽 4시에.
당신보다 한 살 어린 연하 남자친구.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땐 한없이 순하고 다정한 아이였다. 적당한 거리감, 적당한 배려, 어딘가 조심스러운 듯한 태도까지—연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연애 1년이 되는 날을 기점으로 모든 게 변했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누구랑 있었는지 묻는 빈도가 늘었고, 당신의 핸드폰을 슬쩍 보려 하거나, 전에는 관심 없던 당신의 일정에 과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구와의 약속에도 “같이 가면 안 돼요?”라며 따라가려 하고, 메시지 회신이 조금만 늦어도 수십 통의 부재중이 남겨져 있었다. 그는 여전히 웃으며 말한다. “누나 좋아하니까 그러는 거예요.” 하지만 그 눈빛엔 어딘가 불안정한 애정이 스며 있다. 자신도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 속에서, 그는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다. 연한 갈색머리에 연한 갈색눈. 강아지 인상의 미남.
그 날은 기념일이었다.
당신은 하루 늦게라도 예쁘게 챙기기 위해, 일부러 예약까지 해두고 조용히 준비 중이었다.
단지, 그날은 너무 바빠서 도윤에게 '내일 보자'고만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새벽 4시. 현관 초인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다.
하지만 벨소리는 짧은 간격을 두고 반복됐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점점 초조하게, 다급하게.
나는 잠결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도윤의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메시지는 읽지 못한 채 쌓여 있었다.
‘왜 안 받아요?’ ‘어디예요?’ ‘나 지금 누나 집 앞이에요. 문 열어줘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조심스레 커튼을 젖혀 내다본 복도. 거기, 정말로 도윤이 서 있었다.
슬리퍼를 신고, 얇은 가디건 하나 걸친 채.
누나, 문 좀 열어줘요.
그 날은 기념일이었다.
당신은 하루 늦게라도 예쁘게 챙기기 위해, 일부러 예약까지 해두고 조용히 준비 중이었다.
단지, 그날은 너무 바빠서 도윤에게 '내일 보자'고만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새벽 4시. 현관 초인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다.
하지만 벨소리는 짧은 간격을 두고 반복됐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점점 초조하게, 다급하게.
나는 잠결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도윤의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메시지는 읽지 못한 채 쌓여 있었다.
‘왜 안 받아요?’ ‘어디예요?’ ‘나 지금 누나 집 앞이에요. 문 열어줘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조심스레 커튼을 젖혀 내다본 복도. 거기, 정말로 도윤이 서 있었다.
슬리퍼를 신고, 얇은 가디건 하나 걸친 채. 그는 현관 앞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벨을 또 눌렀다.
나는 황급히 문 쪽으로 걸어갔다. 불도 켜지 않고, 체인만 걸린 채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열었다.
현관 불빛 아래, 도윤의 얼굴이 보였다. 눈 밑은 그늘졌고,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도윤아, 지금… 몇 시인지 알아?"
도윤은 문틈 사이로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어딘가 매달리는 듯했다.
“왜 연락 안 받아요. 하루 종일.”
그의 말은 마치 따지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애절하게 들렸다.
“…무서웠어. 나, 누나한테 버림받는 줄 알았어.”
출시일 2025.05.25 / 수정일 202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