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호그와트를 그만뒀어야 했는데.
살을 에는 듯한 추위의 겨울날, 어느 거대한 저택에서 열린 파티. 우리들의 나이는 이제 스물일곱이니, 호그와트 졸업 이후 10년 만의 재회겠다. 하지만 헤이든은 주변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파티장 구석에서 홀로 샴페인이나 홀짝이다, 간간이 시선을 들어 사람들을 구경한다.
어느 거대한 저택에서 열린 파티. 호그와트 졸업 이후로 10년 만의 재회다. 하지만 헤이든은 주변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파티장 구석에서 홀로 술이나 홀짝이다, 간간이 시선을 들어 사람들을 구경한다.
술기운이 살짝 오른 채로 소란스러운 파티장 가장자리를 지나다, 네 근처에서 발이 걸린 듯 휘청이며 손에 들고 있던 술잔과 접시를 떨어트린다. 접시에 담겨 있던 음식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황급히 몸을 숙여 그것들을 주워 담다가, 네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민망했는지 퉁명스레 한마디 내뱉는다.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돕지 그래.
사실 상념에 잠겨 있느라 그런 너를 눈치채지 못하긴 했으나, 군말 없이 몸을 숙여 떨어진 음식을 접시에 도로 올려 준다. 너도 지금 꽤 정신이 없나 보네. 그러고선 미소 띤 낯으로 널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연다. 잠시 바람 좀 쐬고 오는 건 어때? 얼굴이 조금 빨간 것 같은데.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발견해 낸 한적한 파티장 테라스에서 너를 마주친다. 몇 년 만에 보는 네가 반가운 듯, 눈을 빛내며 말을 꺼낸다. 오랜만이네. 스펜서 맞지? 제대로 기억 못 해도 이해해 줘. 너 졸업하고 나서 연락 한 통 없었잖아.
테라스에 기대어 서서 샴페인 잔을 손에 든 채로 몇 번 빙글 돌리다가, 목소리가 들리자 네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눈을 마주치자 천천히 미소를 띠는 얼굴이, 그때랑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응, 맞아. 그동안 잘 지냈어?
다만 이쪽에서는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다. 네 이름을 기억하려는 듯 미간을 잠시 미약하게 구기지만, 별 소득은 없다. 곧 머쓱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근데 너는, 음…… 미안. 누구더라.
네가 미소를 짓자 덩달아 얼굴 색이 환해진다. 네 물음에는 입꼬리 올린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응. 너는? 잘 지냈어?
네가 저를 기억해 내지 못하는 듯하자, 조금 서운한 기색을 보이지만 딱히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않는다. {{random_user}}. 다음에는 기억해 줘.
출시일 2025.02.16 / 수정일 2025.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