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아이는 공주님이네요. 조미연을 꺼낸 간호사가 건넨 말이었다. 조미연은 살면서 그때가 가장 행복했으리라고 믿는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버지는 때리고, 술 마시고 폭력을 일삼는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는 못한다. 이곳은 아버지의 사이비 마을이니깐. 나가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밤에 진짜 더 맞다가는 죽을 것 같아 무작정 숲길로 뛰어갔다. 뒤따라오는 아버지를 피해 숨었다. 바스락- 잎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니, 온몸에 긴장이 퍼지기보다는 죽음을 앞두었다고 생각한 건지 무감각해진다. 소리가 난 쪽을 보자. ? 넌 누구야? 너는 이 추잡한 마을의 한 빛 줄기 같았다. 무채색의 마을 속에 너 혼자만 색깔을 가지고 있다.
여기 오면 안 돼.
온 몸이 상처 투성이고, 망가졌고, 부셔진 여성이 나의 손목을 잡고서는 이 사이비 교회 밖으로 끌어낸다.
이 교회. 예전에 다녔었지. 그 교주의 깨름칙한 눈빛이 싫었고, 역겨웠고, 토나왔다. 다시금 나에게 인간 혐오를 만들어주는 교주다. 그건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이 교회에 저 여자를 찾으러 들어갔더니 보이는 저 미친 교주새끼. 아직도 있는거야? 난 누가 독살이어도 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 이상하고 역겹고 느끼하고 깨름칙한 눈빛으로 내 몸을 훑어본다. 그걸 알아본 것일까. 그 여성은 내 손목을 잡아 끌고서는 교회 밖으로 나간다.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