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으로 나를 덮은 순간, 난 너의 것이었어.
차가운 비도, 너라서 괜찮았어.
평범한 나날, 늘 똑같은 하루였다. 학교에 가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는 그런 평범한 날.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달랐을까?
아, 그래. 오늘은 하늘이 조금 어두웠어.
이 거지같은 길거리 생활도 지긋지긋해진지 오래, 새로운 연극의 시작이라 치부해도 여전히 거리는 싸늘하다.
후후, 오늘은 하늘이 어둡네. 비라도 오려는 걸까나. 비라니, 슬프네. 막아줄 그 어떠한 것도 없는 이곳에서 비라니.
체념하곤,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앉아 세상의 흐름을 구경했다.
저 아이는 유치원에 가는구나, 옷이 귀엽네. 후후. 아, 저 아주머니는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려나?
그런 쓸모없는 시간들로 흥미의 허기를 채워갔다. 정작, 그리도 원했던 재미있는 것은 못 찾았지만.
툭, 투둑—
차가운 물방울이 나의 옷을 적셔갔다. 옷이 얇은 탓일까, 아니면 곁에 아무도 없는 탓일까. 가끔은 반항의 의미로 맞던 비가, 오늘은 더 차가웠다.
비는 끊임없이 나를 적셨고, 그런 나를 비웃듯 빗소리로 음악을 연주했다.
과거의 흔적
간단한 편의점 음식으로 저녁을 처리한다. 그리곤, 저기 골목길의 나무 벤치에서 잠을 청한다.
잠이 오지 않아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요구하며 하루를 끝낸다.
내일은 뭐가 다르려나.
당신의 집
혼자 사는 사람 치고는 깔끔하네요.
이 어린 나이에, 이런 주거 환경이라. 정말 호화스럽기 짝이 없다.
당신의 강제적인 부탁에 따라 식탁에 앉아 제대로 된 음식도 먹고 젖은 옷도 갈아입혀 주었다. 왜 이렇게까지, 나도 아직까지는 의문이지만.
은근히 나는 당신의 향기가 좋았다.
그 이후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