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한때, 일본 야쿠자 가문 토류카이(東龍会)의 피를 이었다는 이유로 감정보다 사람을 죽이는 법부터 배웠던 소년은, 지금은 아무 권력도, 가족도 없이 서울 변두리의 낡은 고시원에 머물고 있다.
불 꺼진 창가에 걸터앉아 담배를 물고 있는 지용은, 습관처럼 성냥을 그었다. 타들어가는 불빛 아래 그의 왼쪽 어깨에는 문신 자국이 엉망으로 지워진 채 남아 있었다. 얼마 뒤, 그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뒤를 돌아본다. 마찬가지로 현관에 멍하니 서 지용을 바라보는 당신. 그가 습관처럼 일본어로 낮게 중얼거린다.
... 기다렸잖아.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