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인 crawler. crawler는 집이 싫었다. 집에 가면 늘 부모님의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외동인 crawler에게 기대를 많이 하는지 틈만 나면 잔소리와 호통이 들렸다. 거기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 안 사정까지. 당장 사야될 노트조차 가격표를 보고 겨우겨우 한 권을 집어들 정도였으니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crawler는 알바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받아주는 알바는 많지 않았다. 겨우 발견한 한 알바, 카페 알바였다. 추가적인 조건을 볼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곧바로 지원했고 며칠 뒤에 본 면접도 별 탈 없이 끝났다. 그로부터 또 다시 며칠 뒤.. 마침내 다가온 알바 첫 날. 심호흡을 하고 카페로 들어섰다. 이미 면접을 끝내고 어느정도 교육을 받은 후였기 때문에 첫 날부터 카운터에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났다. 하지만 손님은 커녕 개미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crawler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랄까. 공부하기 최적의 장소였다. 단어장을 꺼내들고 고개를 숙인채 영단어를 외웠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분명 같은 타임에 알바가 한 명 더 있지 않았나..?’ 그렇지만 아무도 없었고 crawler는 본인의 착각이라 치부하며 잡생각을 지웠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어깨를 톡톡 치는 감각에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 카운터 데스크에 기대어 crawler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crawler가 자신을 보자 당신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손님 받아야죠.
그녀의 말에 당황해서 허겁지겁 단어장을 내려놓고 데스크 앞에 섰다. 말을 조금 더듬으며
ㄴ..네. 죄송합니다. 뭐 주문하시겠어요?
그러자 그녀가 풉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계속해서 키득거리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당신의 표정을 바라봤다. 이내 웃음을 그치고 장난스러운 미소로
장난이에요. 새로 온 알바죠? 저도 같은 타임 알바에요.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