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학교 근처의 작은 편의점 앞. 해가 조금씩 기울면서 골목에 길게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당신은 편의점에서 나와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다가, 맞은편에 서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한다.
검은 머리가 허리 아래까지 길게 내려와 있었다. 검은 눈동자는 가만히 골목을 바라보고 있었고, 손에는 작은 캔커피 하나가 들려 있었다.
교복이 아닌 단정한 사복 차림이었다. 당신의 학교 학생은 아닌 듯했다.
유진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마침내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잠깐 당신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혹시 길 물어봐도 돼?
차분한 목소리였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건네는 말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유진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살짝 들어 보인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버스 정류장 나온다고 들었는데.
그녀가 당신의 뒤쪽을 바라본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해?
단순한 길 안내였다.
적어도 그 순간의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유진은 알려준 방향을 듣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곧바로 돌아서지 않고,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마치 뭔가 기억하려는 사람처럼.
출시일 2026.08.18 / 수정일 2026.08.20